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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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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잇달아 해제되고 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정점을 지나면서 확진자 수가 꾸준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엄격한 방역 수칙을 시행해 오던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최초로 엔데믹 전환을 선언하기도 하였다. 엔데믹이 결코 바이러스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2년여 동안 전 세계를 패닉에 빠뜨렸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도 이렇게 변곡점을 맞이하는 듯하다.


당장 자주 가던 카페에서 마스크를 벗고 인사하는 직원의 모습이 너무도 낯설다. 똑같은 목소리로 변함없는 눈인사를 하는데도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다.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 뒤에는 저렇게 커다란 미소가 숨어 있었구나.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안면근육을 다양하게 조합해 무려 1만 6384개의 얼굴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는데, 이제껏 마스크에 감춰져 만나지 못한 표정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유학지의 젊은 친구들은 벌써 '노마스크 인증샷'을 찍으며 마스크 선택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지만, 나는 쉽사리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 마스크 때문에 답답하고 불편했던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마스크 없이 밖에 나서면 괜스레 입가가 시리고 허전하다. 소위 '마스크 대란'을 겪고 미국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온 KF94 마스크도 아직 한참 남았다. 어쩌면 낯선 타지에서 느끼는 긴장과 불안을 마스크 너머로 숨기는 게 더 편한 것도 같다.

지긋지긋했던 코로나19 사태도 어느덧 끝이 보이는 듯싶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나처럼 팬데믹이 휩쓸고 간 자리가 예전과 같을 리 없다. 내 대학 시절의 '팔할'이었던 동아리는 코로나로 공연을 올리지 못하고 신입생도 받지 못해 반세기 역사에도 결국 문을 닫았다(그러고 보니 마스크와 관련이 깊은 탈패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많은 이들이 지치고 상처받았다. 연재를 마치며, 새롭게 맞이할 날들은 조금 더 진실되고 따뜻하기를 소망해본다.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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