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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비혼과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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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자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이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비혼과 동거 등에 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하였는데 전체 응답자의 49%가 결혼하지 않고 사는 것에 대해 긍적적이라고 답했고, 결혼을 전제로 남녀가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는 70%가 긍정적이라고 답하였는데 결혼의 전제조건 없이 결혼을 하지 않은 남녀가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는 43%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사실혼도 부정적으로 인식했지만 이제는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응답자가 긍정적으로 답한다. 이런 조사결과를 뒤집으면 동거 중인 커플은 서로를 혼인에 준하는 생활공동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004년 가을에 읽었던 기사가 생각난다. 당시 독일 괴테어학원에서 독일어 수업을 들으면서 교재로 읽은 지역 신문의 내용인데 너무 인상적이었다. 내용은 당시 독일의 젊은이들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닌데, 이제는 서로를 혼인공동체의 파트너로 인정하면서도 동거조차 하지 않는 커플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커플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지 않고 만나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헤어질 때는 각자의 거주지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당시 수업을 같이 들었던 학생들 대부분은 "동거를 해야 혼인공동체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지만, "서로가 상대방을 커플로 인정하고 있으면 동거를 하든 하지 않든 커플이다. 그런 커플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나 한국에서 다른 이유로 동거하지 않는 커플을 보았다. 이들은 각자의 배우자를 사별하고 노년에 만났다. 모두 자녀가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기에 상속이라는 법률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사실혼관계로 인정되면 어느 일방이 사실혼을 파기하고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부부동반 모임에 커플로 참석하고, 여행을 할 때에는 여느 부부처럼 같은 방을 사용한다. 하지만 사실혼관계가 성립되지 않도록 각자의 집에서 거주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에 이르러 가족은 혈연과 법률혼의 측면보다는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고 생활과 돌봄을 공유하는 친밀한 관계로 인식된다.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출현하고 있고, 이런 변화를 먼저 경험한 외국은 유연하게 다양한 파트너십 관계를 가족 법제에 수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비혼 동거커플도 혼인공동체의 파트너로서 법과 사회제도의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고 그런 내용의 입법도 제안되고 있다. 그런데 모든 동거커플을 보호와 배려라는 미명하에 그들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았으면 한다. 삶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하고, 사적 자치를 존중하여 당사자들이 잘 이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입법이 되기를 희망한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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