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法臺에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교정행정

176542.jpg

형사재판을 하다보면 법대에서 가끔 교도관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 있다. 구속 피고인 사건에서 오전 재판이 11시 반 이후까지 진행되거나, 오후 재판의 증인 신문이 길어져 17시 반을 넘어가기 시작할 때이다. 우리 법정에서 늦게까지 재판받는 피고인이 있으면 그를 기다리느라 호송차가 출발하지 못하고, 재판이 먼저 끝난 다른 수용자들의 식사 등 처우나 교도관들의 후속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적은 인원으로 격무에 시달리는 교도관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가급적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 방향으로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재판 여건상 도저히 그 사정을 고려할 수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교도관들이 법대를 바라보며 '보내달라'며 무언의 호소를 하는 것처럼 느껴져, 법대가 가시방석으로 변한다. 어째서 판사들이 마음껏 재판을 할 수 있도록 교정행정의 여건을 개선하지 못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재판이 교정행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정행정이 재판을 돕기 위해 있는 것일 텐데 말이다. 마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처럼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오전에 판결 선고를 하는 경우, 선고일부터 일주일 이내에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피고인들을 위해서는 설령 11시 반을 넘기더라도 최대한 판결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밖에 없다. 하루에 선고하는 사건수를 줄이면 되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사건이 기하급수적으로 쌓이게 되어서 어쩔 수 없다.

오후도 마찬가지이다. 피고인과 변호인이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증인신문을 하고 싶다는 걸, "저기, 호송차가 출발해야 해서…"라며 중단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체 호송업무와 수용자 처우 업무가 꼬이게 되는 교도관들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이걸 법원의 협조를 구하는 방법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만약 현장의 이런 상황을 교정행정의 책임자가 모르고 있어도 문제이고, 알면서도 해결책을 찾지 않고 있다면 그것도 문제이다. 예산과 인력 부족이야 왜 모르겠는가. 그렇더라도 지혜를 모아 자칫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없도록 해법을 찾아주기를 법무부와 교정본부에 기대해본다.

※ 이 글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 묵묵히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는 각급 교정기관의 교도관들을 탓하거나, 그들이 법원에 협조를 구하는 것을 문제 삼으려는 취지가 아님을 분명히 해 둔다.


차기현 판사 (광주고법)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