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광장

근로자 新論

- 새 시대의 '근로자성 판단기준' 제언 -

176539.jpg

'근로', '노동'은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특정한 법률관계를 가리킨다. 민법상 노무(勞務)를 이용하고자 하는 계약(고용, 도급, 위임 등) 중에서 필두는 바로 '고용'계약인데, 이는 사용자와 노무자의 대등한 권리·의무 교환을 상정한다. 하지만 민사상 계약 자유에 따라 평등한 고용계약이 보편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용자·근로자 관계가 생성되는 노무(용역) 계약에서는 일방이 다른 일방의 인신 활동을 '도구'로 '사용'하게 되므로(독일 민법), 사회법적인 보장체계에서 다른 일방을 특별히 보호하는 쪽으로 발전해온 바다. (일방의) 경제적 우월성, (다른 일방의) 사회적 보호필요성으로 인하여, 근로의 가치는 개별적 근로관계법과 집단적 노사관계법에서 근로자의 지위 보장과 권리 보호를 꾀하고 노사동등의 지위와 근로3권의 행사를 보장하는 것으로 발현된다.

 

한편, '근로'가 일본제국주의 시대의 유물이므로 '근로'를 '노동'으로 치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거도 빈약하고 실익도 적다. 엄연히 근로는 우리 고유 용어다. 용비어천가에서 '경천(敬天)'과 '근민(勤民)'라고 했거니와, 사료에서도 '근정(勤政)'과 '근로(勤勞)'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했고, 해방 후에도 대한민국과 북한에서 공히 '근로', '근로자'라는 개념이 엄숙히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법의 법리가 계속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인지 여부(근로자성)'는 상당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최근 플랫폼노동환경 종사자처럼 신종·특수 환경의 노동형태도 등장하면서 "노동법의 보호 영역이 어디까지인가"라는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입법적으로는 근로자와 동등·유사한 개념으로서 '노무제공자', '종사자'도 삽입되었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외에 개별법률에서 각기 보호를 실현하고 있다. 의료법, 전공의의 수련환경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고등교육법(전임강사폐지관련),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 필수업무 지정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보면 각 영역의 종사자들도 입법적으로 근로자로서의 보호 또한 받게 되었다.

 

근로자성과 관련하여서는 법원이 그 판단기준을 발전시켜왔는데, 향후 이 이론은 대대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종래 대법원은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고 하면서, ① 업무의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②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지 ③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지 ④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구속을 받는지 ⑤ 노무제공자가 비품·원자재·작업도구를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⑥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⑦ 보수의 성격이 근로자체의 대상(代償)적 성격인지 ⑧ 기본급·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청징수 여부 ⑨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가 어떠한지 ⑩ 사회보장제도 법령에서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고 한다. 그런데, 법원 판례군 외에도 노동위원회, 노동청, 검찰청, 근로복지공단 등의 처분례에서는, 같은 직종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근로자성이 나뉘기도 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근로자로 편입되는 판단도 존재한다. 필자도, 도급·위임·자영의 성격을 가지거나(화물지입차주, 백화점위탁판매원, 구두제화공, 수선공·객공, 헤어디자이너 등) 임금체계가 성과급제(All-Merit)인 경우에도 근로자성이 인정된 사례를 목도하였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근로자성 판단과 관련한 엄격한 기준은 찾아보기 어렵다. 월급을 받는 '연예인(日本 아이돌가수)', 고정훈련비와 식사·숙소·부대비용을 제공받는 '스포츠 선수(美國 마이너·지구 운동선수)', 자신이 유지·관리하는 차량으로 일시적인 운송업을 하는 '기사(스페인 우버택시 종사자, 프랑스 배달라이더)'까지도 노동법적 보호를 받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노동법계의 법리에서 위탁판매원, 캐디, 택배운송원, 학습지교사, 시간제교원, KTX승무원 등에서 근로자성 논의가 활발했던 것은, 이들이 노동법의 '회색지대'였음에도 그만큼 시대적·사회적인 보호 요청이 빈발했기 때문이었다. "노동은 (종속상태의) 노예가 하는 것"이라는 발상은 로마법에서 엿보인다. 그러나 노동이 인간 가치의 근본이 되고 근로 자체가 신성하다는 것은 근대 유럽 민법에서 일반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근로·고용 등 계약에서 더 이상의 상하·종속관계라는 것을 벗어나서 상호 권리·의무를 확인하고 그 이행을 구하는 법제도적 변천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근로관계의 개념은 대법원에서 제시하는 '사용종속' 관계 판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 시대의 근로관계가 "종속적인 노동보다는 생계수단으로서의 노동 전반"이라는 취지(김린, '근로자성 판단기준 -사용종속성을 넘어-', 법률신문 21. 3. 22.)와도 상통할진대, 독립적이거나 자율적인 부분이 일부 내재하고 (일정부분) 대등한 지위에서 계약·업무수행이 동반하더라도 이들에게 섣불리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 판례에서 그나마 미래적으로 유지될 것은 지배종속정도·지휘감독여부 등이 아니라 '근로 자체의 대상적인 성격', '계속성·전속성을 가지는 여부'일 게다(비교참조 : 최근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인정에 관한 대법원 판례).

 
사용자는 근로자와 상호 사용종속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는 근로자의 시간과 인력을 '빌려 쓰는' 지위에 있다. 즉, 계속적·전속적인 지위를 존중하고, 상호간에 근로의 대상적인 성격으로 임금과 근로를 정성·정량으로 교환하도록 한다면, 한쪽에게 근로자성을 폭넓게 인정할 수 있다는 관념이 필요하다. 물론, 근로자성의 확대는 우리 정부가 법령의 조력, 정책적인 지원 등을 통해 근로자의 활동 및 안전을 보장하는 바탕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폴 콜리어 교수는 노동기회 제공이 아닌 (무분별한) 기본소득제를 비판하면서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자존감을 고양해 생산성을 발휘하는 주체"라고 표명했다. 근로는, 사용자에게 종속된 노동의 댓가를 요구하는 권리를 넘어서서 국민 스스로 사회구성원으로서 그 자존감을 확인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헌법前文)" 하는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의 노동환경은 MZ세대로 징표되거니와,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노동환경에서 수많은 노동 종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근로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헌법 제32조제3항)" 미래적으로 근로자에 관하여 보다 유연하고 원론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유재원 변호사·공인노무사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리걸에듀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