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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신중해야 할 ‘이중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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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수사단계에서 자백한 내용을 법정에서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해서는 구형량을 높이기로 했다. 반대로 법정에 이르러서라도 피고인이 자백을 한다면 검찰은 낮은 형을 준비해뒀다가 구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검찰청이 최근 일선 검찰청에 전파한 '검사 작성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에 따른 공판대응 매뉴얼'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부터 피고인이 법정에서 간단한 부인의 의사표시로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 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제할 수 있게 되면서, 자백 번복 사례가 급증할 우려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피의자와 피고인의 처지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백의 임의성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자기부죄금지(自己負罪禁止) 원칙에 위배되는 등 방어권 침해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자백사건은 전체 형사사건의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사 작성 피신 조서는 과거 강력한 증거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피고인이 법정에서 이를 부인하더다도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검찰이 이번 방안과 같은 이중구형을 예정하는 사례도 많지 않았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많은 법조인들은 "검찰이 형법 시행 68년 만에 검사 작성 피신 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는 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짜낸 고육지책이겠지만, 이번 방안은 공판중심주의 확대와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강화 등 형사소송법 발전의 흐름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 같은 이중구형 방침은 피의자·피고인을 부당하게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안이 시행될 경우 언제 어떤 내용을 얼마나 자백할 것인지가 소송기술적 측면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를 우려도 있다고 지적한다.

검찰이 이번 방안을 운영하는 데 신중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검찰은 포함한 수사기관들이 자백 등 진술증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힘이 들더라도 보강증거와 객관적 증거를 보다 충실히 확보하는 수사관행을 확립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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