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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률가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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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천지(天地)의 질서라면, 음악은 천지의 풍류(風流)이다. 법과 음악이 서로 분야는 다르지만, 법률과 음율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율(律)이라는 한자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법에 입법자가 있듯이 음악에는 작곡가가 있다. 법해석자나 연주자는 입법자나 작곡가의 의도에 엄격히 구속되는 것이 아니고 독창적 해석의 여지가 있다. 연주자에게 악보의 암기와 반복적 연습이 요구되듯이 법률가의 경우 법의 기본 개념과 법리에 대한 암기와 실습은 필수적이다. 음악가는 물론 법률가에게 필요한 역량은 인내력, 집중력 및 암기력이라고 본다.


법과 음악의 세계와 관련하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음악가로 변신하여 활동한 작곡가로는 독일의 슈만,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핀란드의 시벨리우스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야금 대표곡 침향무 작곡과 연주가로 유명한 황병기가 있다. 한편 법대를 졸업하고 1960년대부터 활동한 대중가수 중에는 대표곡 하숙생을 부른 최희준과 대머리 총각을 부른 김상희가 있다.

이와는 달리 법률가이면서 음악가로 활동하며 이색적 행보를 보인 대표자가 독일의 에른스트 호프만(E. T. A. Hoffmann, 1776-1822)이다. 그는 판사로 활동하였으며 작곡가, 소설가, 화가로도 유명한 폴리매스(polymath)형 법률가이다. 또한 미국의 변호사로 활동한 후 미국인을 위한 발라드(Ballad for Americans)를 저음으로 부른 흑인 가수 폴 롭슨(Paul Robeson, 1898-1976)과 이탈리아의 변호사이면서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로 활동하는 안드레아 보첼리는 전업 가수로 유명하다. 독일 만하임 법대 헌법학 교수를 거쳐 현재 쾰른대 법대에 소속된 오르간 연주가로 유명한 데펜호이어(Otto Depenheur) 교수도 법률가이면서 음악가에 속하고, 독일에는 적지 않은 법률가가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로스쿨을 통해 법률가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예고와 음대를 졸업하고 전북대 로스쿨 3기로 악보를 암기하듯이 놀라운 집중력으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후 지방경찰청 범죄수사대에서 팀장으로 활동 중인 윤안나 변호사가 있다. 이 밖에도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로스쿨에 입학하여 로클럭을 거친 변호사도 있고,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가 로스쿨 졸업 후 문화예술의 전문영역을 개척하여 활동 중인 변호사도 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로스쿨 제도가 이루어 낸 성과 중의 하나이다.

음악이 없는 삶은 오류라는 니체의 언명을 의식한 것은 아니겠지만, 오늘날 많은 법률가가 취미로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클래식 감상 또는 성악 활동 등을 하기도 한다. 법질서의 엄격성만으로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고, 음악이라는 정서적 요소가 필요하다는 동양의 예악사상은 법과 음악이 사회적 활동을 하는 인간에게 필요한 상보적 요소로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바쁜 일상의 법률가는 업무적 스트레스 환경에서 벗어나 음악을 통해 영혼을 치유하고 심신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법률가가 음악을 함께하여 사회 구성원과의 불협화음(不協和音)을 야기하지 않는 풍류를 간직한 진정한 율사(律士)가 되기를 염원한다.


김용섭 교수 (전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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