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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기들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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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전 서울대학교에 있을 때의 일이다. 나는 독일에서 발간되는 친족법 관련 정기간행물을 들추다가 거기에서 "근자에 가장 애용된 이름들"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그 글을 읽었다. 그 해에 태어난 아기들에게 붙여진 이름이 우리에게 익숙한 프란츠, 막스, 에른스트 따위보다 루카스, 막시밀리안, 다니엘 등이 훨씬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여기서 '이름'이란 姓名의 名에 해당하는 것으로, 영어로 하면 first name(또는 given name)을 가리킨다.


그리하여 관련되는 다른 법문제, 예를 들면 부모는 자식의 이름을 마음대로 붙일 수 있는가(구체적으로는, 독일에 사는 어느 이슬람교도가 자식에게 7개로 된 아주 긴 이름을 지어서 신고한 것, 일본에서 자식 이름을 '악마'라고 붙인 것 등이 법적으로 허용되는가 하는 문제가 소재가 되었다) 등의 문제와 합하여 한 편의 길지 않은 글을 써서 발표했었다("자(子)의 이름에 대하여" 후에 '민법산책(2006)', 131면 이하에 다시 수록).

이번에 일본에 와서, 여기서도 요즈음 가장 많이 붙인 자식 이름이 화제가 되고 있음을 알았다. 2021년 1월 초부터 9월 말까지 등록한 아이들의 통계가 나왔는데, 그에 의하면 이번에도 우리가 흔히 듣던 일본사람의 이름과는 아주 다르다.

남자는 蓮(가장 흔한 발음은 '렌'. 이하 괄호 안은 모두 같다)이 선두에 오는데, 4년 연속 그렇다고 한다. 이어서 陽翔(하루토), 蒼(아오이), 樹(이츠키)가 온다. 그리고 5위는 湊(미나토)와 朝陽(아사히)가 동률이다. 재작년 2020년에도 순위는 같았는데, 다만 끝의 '아사히'가 작년에는 9위였다. 나는 2011년 통계도 가지고 있는데, 그때는 大翔(히로토), 蓮, 悠眞(유마), 颯太(소타), 蒼空(소라)의 순이었다.

여자는 陽葵(히마리)와 紬(츠무기)가 공동 1위, 그리고 凜(린)('늠름하다'의 그 '름'이다), 芽依(메이), 그리고 葵(아오이)가 3위부터 5위까지로 이어진다. 이들의 작년 순위는 각각 1위, 5위, 8위, 4위 및 6위이었다고 한다. 2011년에는 처음 5위까지가 結衣(유이), 葵, 結愛(유아), 凜, 그리고 陽菜(유이나)이었다. 그러니까 어떠한 인기의 '흐름'은 남자에서와 같이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즉 '이름에 관한 유행(Namensmode)'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예를 들어서 우리가 흔히 보아 왔던 것처럼 여자 이름의 끝에 으레 '코(子)'가 들어가는 것(미치코, 마사코, 마코 등)은 아예 먼 옛날 얘기인 듯하다.

자식의 변함없는 행복과 발전을 바라는 부모들의 희망이 그 이름에 실리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희망을 밖으로 드러내는 표현으로서의 말이 시대와 환경에 좇아서 달라지고 그에 좇아 당대에 부모들이 즐겨 쓰는 이름이 저절로 생겨나고 선택되는 것, 그리고 그와 같은 어떤 경향은 느리기는 하지만 꾸준히 변한다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우리도 마찬가지이고 전혀 다르지 않음은 법원의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통계서비스' 사이트에서 '상위 출생신고 이름 현황'을 이리저리 검색하여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양창수 석좌교수(한양대 로스쿨·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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