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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혼밥은 정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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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밥을 싫어했다. 아니 두려웠했다. 차라리 굶는 게 편하지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스스로가 처량해 보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혼자만의 공간에 익숙치 않은 것 때문인지 몰라도, '혼밥은 No'는 생활신조였다. 그런데 현미경 없이는 그 존재조차 감지하지 못하였을 바이러스로 인해 생활신조가 바뀌어졌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식당에 들어가게 되면, 마치 와서는 안 될 곳에 들어온 것 같은 어색한 표정은 사라지고 QR 인증에 이어 착석과 주문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수행한다. 나의 뇌리에는 '먹고 살기 위한 환경적응'의 자기 위안과 함께 놀라운 환경적응 능력에 대한 자기 감탄의 전기신호가 순간적으로 흐른다. 혼밥은 더 이상 두려운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고독한 미식가(일본 드라마)'의 주인공이 느끼는 혼밥의 즐거움에 도전해 보려는 생각조차 떠 올린다.


길어진 코로나 상황이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정부의 방역패스 적용에 대해 소송이 제기되었고, 그 결과 백화점과 대형마트,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이 방역패스 적용시설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하루 4만 명을 넘는 오미크론 확진 숫자는 우리를 여전히 두렵게 만들고, '6인+9시 제한'의 거리두기 조치는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 등의 방역패스는 유지되며, 백신 미접종자는 혼자서만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백신 미접종자는 계속 혼밥을 해야 하고, 2차까지 맞은 사람도 6개월이 경과하면 혼밥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 접종완료 인증이 없음을 이유로 식당이나 카페에서 출입이라도 거절당하면 혼밥조차 어렵게 된다.

최근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2021 국민 법의식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법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하여 '질서·안전(54%)'과 '권위·권력(48.3%)'이라는 답변이 다수를 이룬 반면, '정의(37.1%)'라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한다. 법적 정의에 대하여는 '기회의 균등'보다는 '불공평한 결과의 조정'으로 보는 견해가 약간 우세하다고 하고, 높은 차별영역에 대하여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59.3%)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차별에 대한 법률 필요성에서도 장애인 지원 법률(59.1%)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지금의 코로나 상황에서 연구보고서를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든다. 백신 미접종은 '질서와 안전'을 저해하는 것인가? 백신 미접종자가 혼밥을 해야 하는 것은 정의인가? 백신 미접종자에게 혼밥을 하도록 하는 것은 차별인가, 아닌가?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 혼밥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백신을 맞은 사람과 그러하지 않은 사람 사이에 발생한 불공평한 결과의 조정이 되어 법적 정의에 부합하는 것이 되는 것인가?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느 날 갑자기 온 것처럼 그렇게 사라질 수 있다. 지금의 코로나 상황이 Lethe(망각의 강)를 건너 우리에게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공동체의 선(善) 앞에 개인은 너무나 미약한 존재가 된 지금 우리가 정의와 차별의 문제를 새로이 생각하고 고뇌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pandemic 상황에서 우리는 정신의 패배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 때에도 인간은 과연 존엄한 존재로 남을 수 있을까?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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