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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법원을 떠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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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을 떠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자긍심'이죠."


올해 법관 정기인사에서 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고법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사법부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중견법관들이 대거 사직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씁쓸하다"면서 뱉은 법조경력 20년차 판사의 말이다.

정기인사를 앞두고 판사들이 법원을 떠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경력이 수십년에 달하는 중견법관들의 엑소더스(Exodus,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특정 장소를 떠나는 상황)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법관 인력 부족 등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사직 행렬이 되풀이 되면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볼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법관 인사 이원화 정책 등에 문제는 없는지, 판사들을 붙잡을 유인책은 없는지 등 원인 진단과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판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판사들이 법원에서 더이상 예전과 같은 자부심과 자긍심을 얻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하는 법조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판사는 "예전에는 일이 힘들더라도 법관으로서 느끼는 자긍심이 컸는데, 이제는 자긍심은커녕 법원에서 더이상 커리어를 쌓기도 어렵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며 "일을 열심히 하면 오히려 꼰대 취급을 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 누군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연차 판사들도 불만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배석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등 고충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법원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대 갈등 등 보이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도 판사들의 자긍심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좋은 재판'은 '좋은 판사'가 많아야 이뤄지는 것이다. 인재를 소중하게 관리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법원이 추구하는 평생법관제의 목표는 훌륭한 판사들이 오래 법원에서 일하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