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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누가 누구를 징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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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신광렬, 조의연 부장판사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 무죄가 확정된 지 61일 만이다.


대법원은 신 부장판사를 감봉 6개월, 조 부장판사를 견책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관에 대한 징계처분'을 27일 관보에 게재했다. 이들이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이던 신 부장판사와, 영장전담판사이던 조 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영장전담 재판부를 통해 수사기밀을 빼내 법원행정처에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이들 혐의에 대해 "재판 제도 존립의 핵심이 되는 법관의 공정성과 청렴성, 불가매수성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 확보의 차원에서,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법관의 사무분담 변경이나 징계 처분 등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 받은 행위"라며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법관징계법은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나 법관이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에 징계하도록 하고 있다. 형사재판 1,2,3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 법관의 어떤 품위를 어떻게 손상했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판사들은 "처음부터 징계를 예정해뒀는데, 무죄가 확정돼 직무 의무 위반이나 법령 위반으로 제재할 수는 없어 애매한 품위 손상을 이유로 든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두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 소식이 퍼지자 "누가 누구를 징계한다는 말이냐. 징계받아야 할 사람은 대법원장"이라는 글이 법원 내부에서 돌아다니기도 했다. 심지어 법관징계위원회가 편향적인 인사로 구성돼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는 공정성 시비까지 터져나왔다.

한 변호사는 "금품이나 향응 수수가 문제된 것도 아니고 직무와 관련해 벌어진 일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징계를 한다면 무슨 수로 대응할 수가 있느냐"며 "이런 식의 징계는 대상자를 두번 죽이는 일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사법부마저 편가르기와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것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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