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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박원장'을 보다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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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박원장'이라는 웹툰작품이 핫하다. 최근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을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품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히포크라테스 선서'라는 제목의 12화가 특별히 마음에 남았다.


인고의 세월 끝에 전문의를 따고 내과 의원을 개원한 박 원장. 그의 현실은 대출이자와 월세를 걱정하는 자영업자다. 그런 그에게 전문의약품을 그냥 처방해 달라는 사람, 보험 청구를 위해 허위 진단서를 작성해 달라는 사람, 상비약을 보험 처방으로 해달라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보험사기에 협조할 수 없다", "불법임을 알고도 해줄 수는 없다"며 거절하는 박 원장에게 그들은 "영수증 리뷰를 기대해라", "진료거부로 보건소에 신고하고 맘카페에 맨날 악플 올릴 거니 각오해라"라며 압박을 한다.

박원장은 "가족과 생계를 생각하며 사소한 부정의는 눈감을 필요도 있다"는 선배의 조언을 떠올리며, 학교 병결처리를 위해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준다. 자괴감을 느끼며 진료비를 허공에 흩뿌리는 박 원장의 뒷모습에 그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던 순간이 오버랩된다. 박 원장이 "나의 삶과 나의 의술을 순수하고 경건하게 유지할 것이다"라며 감동적인 선언을 하던 학위수여식과 별점 테러를 두려워하며 사소한(?) 불법에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현실 사이의 간극에 나는 슬퍼졌다.

변호사업 또한 숭고한 사명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최근 등장한 변호사 중개 온라인 플랫폼에서, 무분별한 온라인 광고의 현장에서 변호사의 사무는 다만 상품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상단 노출, 별점, 후기가 수임을 결정 짓는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들은 고객들의 부당한 요구를 단호히 거절할 수 있을까. 국민의 인권, 생명, 재산의 문제를 다루는 변호사들의 사무가 자본에, 때로는 걸러지지 않은 별점과 후기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웹툰을 보다가 마음이 무거워졌다.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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