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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나는 도착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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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유학지에서 단연 인기 있는 로스쿨 강의는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에 대한 수업들이다. 수강신청 서버가 열리자마자 '광란의 클릭'을 해보았으나 이번에도 역시나 눈 깜짝할 사이에 수강인원이 다 차고 말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등의 연구에 의하면, 변호사는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은 직업군으로서 자살률도 일반 인구에 비해 5배가량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에 2000년대 이후 미국의 로스쿨들은 마음챙김 명상을 교과과정에 도입하는 등 예비 변호사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학생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변호사는 직업 특성상 분쟁의 한복판에 놓일 때가 많다. 첨예한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감정의 샌드백'을 자처해야 할 때도 있고, 승패의 부담과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주는 스트레스도 피해 가기 어렵다. 긴장을 놓칠 수 없는 바쁜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여유를 잃고 조바심을 내기도 십상이다. 한국 법조인의 주요 사망원인이 자살이라고도 하니 한국의 변호사에게도 마음챙김은 절실해 보인다.

나 역시 변호사로 일하면서 나도 모르게 위태로운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그런 내게 오랜 친구가 권한 책이 바로 평생 마음챙김을 강조해온 틱낫한 스님의 '걷기 명상'이었다. 늘 분주하게 종종거리고 다녔지만 스님의 말씀대로라면 그 걸음들은 '몽유병 환자'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목적지 없는 산책을 즐기는 요즘도 책 속의 글귀처럼 '걸음마다 도착'하고 '그저 걸음을 즐기'면서 걷기를 통해 나와 대지의 '실재'를 느끼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모든 걸음이 수행이고 기적이었던 틱낫한 스님은 얼마 전 향년 95세의 일기로 입적하였다. 그는 생전에 자신의 유골을 전 세계의 명상공동체 '플럼 빌리지'에 있는 산책로에 뿌려 달라는 유지를 남겼다고 한다. 그의 바람대로 사람들은 숨 쉬고 걸으면서 그가 남긴 법인(法印)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도착했네, 집에 있다네(I have arrived, I am home)."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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