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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안전 사각지대' 해소 위해 법체계 재구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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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 오는 27일 시행된다. 법이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를 직접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행일이 다가올수록 기업들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현장에서는 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안전보건 인력·예산을 확보하거나, 현장점검 등 안전사고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등 법 시행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조치들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하니, 법 시행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는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미지수라 하겠다.


2020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882명 중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인원은 714명(79.94%),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는 312명(35.37%)에 이르고, 5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 수 대비 사망자 비율은 0.0063%, 5인 미만 사업장은 0.0103%이다. 반면 10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망자 수는 14명(1.59%)이며, 근로자 수 대비 사망자 비율은 0.0009%에 불과하다. 전체 사망자의 52%가 발생하는 건설업의 경우도 사망자 458명 중 331명(73%)이 공사대금 50억 원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을 제외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3년간 적용을 유예하고 있어, 역설적이게도 산업재해로부터 대기업 근로자를 더욱 보호하고, 소규모 기업 근로자 보호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법 제16조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지원 등 정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공포일로부터 시행이 되므로 법 적용 대상이 아닌 5인 미만의 사업장이나 적용유예가 된 50인 미만 사업장도 그와 같은 정부의 의무 이행 대상이 되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세부 규정이 없어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법의 근본 목적은 산업재해 예방이지 처벌이 아님에도 입법의 동인(動因)이 기업 경영자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이라는 점으로 인해 보다 보호가 필요한 소규모 사업장을 안전의 사각지대에 그대로 방치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산업재해 예방은 노사공동의 책임이지 사측의 일방적 책임이 아니다. 그럼에도 법은 산업재해 예방의 책임을 경영책임자등에게만 부과하고, 근로자를 그 대상으로만 보고 있어, 여전히 산업안전보건법의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는 안전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주체이며, 그에 맞는 역할과 책임이 부여되어야 한다. 산업재해 예방은 노사공동의 몫이라는 인식의 전환 없이는 산업재해는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의 80%가 발생하는 안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산업재해 예방은 노사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의 토대위에서 관련 법체계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 기업별, 업종별로 안전체계와 조직, 안전조치 등을 세밀하게 나누어 구성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안전의 사각지대 해소는 법적용의 문제가 아니라 법체계의 전반적인 재구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80%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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