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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재판의 확대, v3.0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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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을 꽉 채운 코로나 비상사태가 지속되면서, 예정 없이 재판이 몇 달 후로 연기되는 일은 다반사였다. "재판은 도대체 언제 끝날까요"라는 고객의 문의에 오지랖 넓게 코로나 확진 추이까지 감안한 예상 시점을 안내해 주는 일도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제1심 법원에서 적시에 처리되지 못한 사건들의 폭증으로 인한 병목현상에, 재판이 지연된 당사자와 변호사의 불만은 늘어나고, 법원의 사건부담은 가중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업무환경은 확실히 달라졌다. 긴급 방역 상황에서 처음 접해 본 재택근무가 더 이상은 낯설지 않다. 집안 서재에서 사무실 컴퓨터를 원격제어하고 고객의 요청이 없어도 선제적으로 줌 미팅을 제안하며 동료들과도 구글미트로 수시로 회의를 하고 있다. 심지어 확진자가 무섭게 증가하는 날에는 같은 사무실 공간 안에 함께 있는 동료와도 원격회의를 한다. 손쉽게 화면을 공유하고 녹화까지 되니 내용이 많으면 대면보다 오히려 원격의 전달력이 더 좋다. '이렇게 편한 걸 왜 지금까지 안했지'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다 보니 단 10분이 걸리는 변론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 광주, 제주도 등 전국 각지로 하루를 꼬박걸려 이동해야 했던 재판도 줌미팅처럼 편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런데 2021년 11월 18일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영상재판이 획기적으로 확대되었고, 대법원을 비롯한 각급법원에서도 영상재판을 속속 시범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자.

먼저 영상재판을 무엇으로 할까. 당연히 컴퓨터다. 다만 누구의 컴퓨터인지가 문제다. 법상 영상재판 장치는 '인터넷 화상장치'와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이 있다. '화상장치'는 필자가 구비한 노트북이고. '중계시설'은 법원 등 관공서에 설치된 별도 장치다. 모든 민사재판 절차는 중개장치와 화상장치를 통해 참여 가능하다. 민사조정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줌미팅처럼 재판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줌이 아닌 법원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원격영상재판 시스템'에 접속해야 한다. 반면 형사재판에서는 공판기일은 기본적으로 피고인이 직접 출석하지 않으면 열리지 않으니(형사소송법 제276조), 공판기일에서는 영상재판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피고인 출석이 필요 없는 공판준비기일은 민사재판처럼 중개장치와 화상장치를 통해 참여 가능하고, 증인신문, 구속 이유 고지는 중계시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영상재판은 언제 가능할까. 변론기일은 교통의 불편 또는 그 밖의 사정으로 당사자가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경우에 영상재판을 열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87조의2 제2항).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원고 또는 피고(소송대리인 포함)가 부산, 제주도 법원에 출석해야 할 경우에는 '교통의 불편'에 해당할 것이고,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폐쇄, 격리 등의 긴급상황은 '그 밖에 사정'에 해당할 것이다. 법상 '교통의 불편'의 사유를 요구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본인소송을 하는 당사자의 주거지에서 법원까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영상재판 신청이 기각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변론준비기일이나 심문기일에서의 영상재판은 재판장 등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허용되므로(민소법 제287조의2 제2항), 민사재판에서의 영상재판의 사유는 사실상 제한이 없다고 봄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가사소송이나 행정소송 절차의 경우에도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사소송법이 준용되므로 영상재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논의는 없어 보인다.

영상재판으로 증인신문도 가능한데, 증인이 멀리 떨어진 곳 또는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고 있거나 건강상태 등 그 밖의 사정으로 말미암아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때 가능하다(민소법 제327조의2 제1항, 형소법 제165조의2 제2항). 증인이나 당사자에게 따로 신청권은 없고, 다만 당사자는 변론기일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있을 뿐이다. 민사 증인신문은 화상장치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따라서 증인도 본인의 노트북을 통해 출석요구서에 기재된 인터넷 주소에 접속하여 출석할 수 있다. 반면 형사재판에서는 중계시설을 통해서만 증인신문을 할 수 있다. 중계시설은 각 법원,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다. 따라서 서울에서 열리는 형사재판에서 부산에 사는 증인을 비대면 신문하려면 서울법원에서 증인에게 보내는 출석요구서에 미리 출석법원(부산법원)과 호수가 기재되어야 한다. 따라서 증인은 대면 출석 자체를 면할 수는 없다. 다만 형사재판 증인이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면 따로 법정으로 이동하지 않고 본인이 소속된 교정기관 시설을 이용하는 정도의 편의가 있을 것이다(구속 이유 고지도 마찬가지다).

민사 영상재판은 미리 신청하는 것이 좋다. 신청을 받은 법원은 영상재판의 실시 여부를 지체없이 당사자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신청이 없지만 재판장 등이 필요하고 인정할 경우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반드시 원고와 피고가 동시에 영상재판을 할 필요도 없다. 경우에 따라 원고는 영상재판으로, 피고는 대면재판으로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 반면 공판준비기일을 영상재판으로 진행할 수는 있지만 검사나 변호인에게 별도의 신청권은 없다. 다만 검사나 변호인은 의견을 진술할 수는 있다.

공개재판의주의 원칙 또한 영상재판에 적용되므로 누구나 영상재판을 참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유튜브 온라인 방송처럼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전국 영상재판에 누구나 임의로 접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빈 법정에 대형스크린을 설치하여 영상재판 과정을 송출하는 방법만이 허용되고 있으므로 영상재판에 참관하려면 결국 해당법원에 가야하는 부담이 있다(민사소송규칙 제73조의4 제2항). 민사소송규칙상 '법원행정처장이 정하는 방법에 따른 인터넷 중계' 방식도 예정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시스템 구축 중이라 한다.

2011년 도입된 전자소송이 어느 정도 정착된 후부터는 노트북과 인증서만 있으면 어디서나 민사 재판기록을 열람, 송달, 제출을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변호사인 필자에게는 전자소송은 민사재판에서 사무실을 가득 채운 기록, 두꺼운 서류가방, 골무에서 해방될 수 있었던 새로운 패러다임, v2.0의 시작이었다. 10년이 지난 2021년에 영상재판이 도입되었다. '팬데믹'이라는 위기가 오히려 변화에 가장 더디고 더딘 법조 환경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획기적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도입된 영상재판이 재판 관계자 모두의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국민의 사법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v3.0이 되기를 바란다.


김용우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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