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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법관에 의한 중재' 도입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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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에게 듣는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욱 판사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한마디가 있다. 바로 '승복(承服)'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납득하여 따름'이라는 뜻이다. 민사라면 "졌습니다만, 받아들입니다"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고, 형사라면 "실형 주셨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가 될 것 같다.


개별 재판부가 법원의 사건 적체 해소에 '지금 당장'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역시 승복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재판은 삼 세 번'이라는 통념을 깨고 단 한 번의 재판으로 분쟁을 일단락 짓게 할 수만 있다면, 대충 산술적으로 지금 쌓이는 사건의 3분의 1은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차원에서 '법관-중재인(judge-arbitrator)'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중재는 제도의 성질 자체로 '승복'을 예정하고 시작하는 분쟁해결절차다. 그래서 최종적인 결론을 빨리 받아들고 싶어 하는 분쟁 당사자들이나 심각한 사건 적체에 어떻게든 돌파구를 열어야 하는 법원 모두에게 유익한 제도다.

'법관에 의한 중재(judge-run arbitration)'로는 크게 두 가지 방안이 제시되어 왔다('영국과 미국의 법관에 의한 중재 및 그 도입 가능성에 관한 연구' 참고).

기존 중재제도의 '중재인'에 법관을 포함시켜, 당사자가 현직 판사 중 전문성 있고 믿을 만한 이를 중재인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아니면 기존 제도와는 다르게 법원 내의 중재절차를 신설해 법관이 비공개 심리를 진행하고 그에 따른 중재판정에 대해서는 불복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중재는 아니지만, 양 당사자가 미리 '쌍방 불상소의 합의'를 하는 조건으로 특정 재판부를 골라서 재판받을 수 있게 해서, 사실상 재판을 한 번으로 끝내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어떤 방안이든 활성화되기만 한다면 통상의 하급심 재판에도 긴장감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 판사가 진행해서 내린 결론이면 승복할 수 있어"라는 평판을 얻기 위해, 공정한 재판을 하려고 판사들이 알아서 지금보다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까.


차기현 판사 (광주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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