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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홈즈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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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배심원단은 바이오 벤처 '테라노스'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엘리자베스 홈즈에게 4건의 사기 관련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한때 '여자 스티브 잡스'라 불리며 인기를 끌던 홈즈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하여 형량을 다퉈야 할 판이다.


테라노스는 손가락에서 채취한 피 몇 방울로 200가지 이상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메디컬 키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단숨에 실리콘밸리의 총아로 떠올랐다. 한때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90억 달러에 이르렀고, 홈즈는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로 언론의 열광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테라노스의 기술로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은 매우 기초적인 몇 가지에 불과하였고, 테라노스와 홈즈는 그 얄팍한 실체가 드러나면서 한순간에 몰락하였다.

실상을 알고 난 후 되짚어보면 기존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기술 공개나 전문가들의 검증을 회피하는 홈즈의 모습은 여러 모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의 폭로 보도가 있기 전까지 수년간 테라노스와 홈즈는 정재계 유명 인사들의 막대한 투자와 열띤 지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였다. 많은 이들은 홈즈의 그럴싸한 외모와 학벌, 스티브 잡스를 벤치마킹한 패션 철학과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스토리텔링이 진실을 가렸다고 진단한다. 잘 만들어진 허구의 이미지가 실체 없는 거짓 기술도 은폐하였던 것이다.

변론을 하다 보면 재판부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이 빛을 발할 때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매력적인 이미지 포지셔닝과 호소력 있는 스토리텔링도 치밀한 사실 조사와 증거 확보에 기반을 두지 못한다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허울좋은 미사여구가 될 뿐이다. 피 몇 방울만으로 쉽게 건강을 담보할 수 없는 것처럼 진실에 이르는 길은 보기보다 험난한 법이다.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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