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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관 명예퇴직제도 폐지하고 보수체계 전면 개편해야

올해부터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과 16호봉 이상 법관에게도 명예퇴직수당이 지급된다. 대법원은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15호봉 즈음의 고참 지방법원 부장판사들의 조기 퇴직을 막을 수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지는 의문이다.

본래 공무원의 명예퇴직제도는 장기근속에 대한 공로보상적 성격도 있지만, 그보다는 고경력자의 자발적인 조기퇴직에 초점이 맞춰진 제도다. 그래서 "재판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임기와 신분규정을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데도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중도 퇴임하는 판사에게 고액의 명퇴금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거나 "임기나 정년을 채우지 않고 떠나는 법관들에게 위로금 성격의 명퇴수당을 지급하기보다는 법원에 남아 묵묵히 일하는 전체 판사들을 위해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굳이 명예퇴직제도를 두지 않더라도 중견법관의 자발적 퇴직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고, 그래서 법원이 거물 변호사의 양성소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게 현실이다. 법관의 명예퇴직제도는 평생법관제를 지향하고 있는 법원의 발전방향과는 근본에서부터 배치되는 제도인 것이다.

명예퇴직제도가 오랜 기간 법원에서 근무한 법관들의 공로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경력법관제를 중심으로 한 법조일원화의 본격적인 실시와 평생법관제의 정착이라는 법관 인사제도의 방향성을 고려할 때, 명예퇴직제도의 확대보다는 법관 보수체계의 대폭적인 개선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현재 법관의 보수 수준이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결코 낮은 수준을 아니라고는 하지만, 지금과 같이 20년 경력의 판사 연봉이 대형로펌 신입변호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면 10년 경력의 법조인을 신규 판사로 임용하고자 하는 법조일원화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법관 임용을 위한 최소 법조경력이 강화될수록 우수한 임용 대상 법조인들에게는 법관과 변호사의 보수 편차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능력 있고 경험 많은 법관이 자긍심을 가지고 평생 법원에서 봉직하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법원과 법관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중견법관들이 중도에 퇴직하고 있고 올해 법원 정기인사철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전관예우 논란도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 법조일원화와 평생법관제에 맞는 획기적인 법관 보수체계를 설계하지 않는 한 이 같은 문제는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 법관에 대한 처우 개선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현 사법시스템의 업그레이드는 구호에만 그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기에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그러기에 지금부터라도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누구보다도 대법원은 법관 보수체계의 전면적 개편에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논의하기 바란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