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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코로나 시대, 사법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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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새해는 밝아왔다. 그렇지만, 모두를 지치게 하는 코로나 대유행과 실망에 낙담을 더하는 대선 정국이 '희망찬'이란 수식어를 주저하게 만든다. 여전히 계속되는 광범위한 방역조치로, 너나 할 것 없이 전례 없는 자유의 위축을 경험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부터 강제 격리 및 치료, 모임과 집회의 제한, 출입국 제한, 영업제한, 미접종자 출입제한까지, 끝임 없는 방역조치에 평온한 일상은 희미한 기억 속에나 남아 있다. 재잘거림 가득한 등굣길, 찬송이 울려 퍼지는 예배당, 시끌벅적 술자리는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 기약 없는 영업제한으로 생존의 기로에 선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예상치 못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급습은 전인류를 공포에 빠뜨렸고, 강력한 자유의 제한을 수용하게끔 하였다. 사실 그 때는 몰랐다. 코로나 팬데믹이 이렇게 오래갈지, 비상조치가 이처럼 길고 깊어질지, 일상과 생존이 이렇게 하염없이 무너질지. 그러나 이제는 체감한다. 공공복리라는 전체 이익을 위하여 개개인에게 강요되는 제약과 희생의 심각성을.

우리는 공공복리를 위한 기본권 제한이 헌법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2020년 2월 이른바 코로나 3법(감염병예방법, 검역법, 의료법)의 개정과 수차례의 추가 개정으로 감염병 관련 국가의 강제처분권이 강화되었다. 정부는 코로나 상황에 대응하여 적극적, 능동적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해오고 있다. 사회의 안전과 보건의 유지는 개개인의 생명권 보호에도 직결되는 일이기에, 정부의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에 국민의 대부분은 동의, 순응해왔다.

그러나 사회 안전이라는 거대 과제를 추구하는 정부는 개인이나 개별 집단의 권리 보호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공공의 이익과 침해되는 기본권 간의 법익균형에서, 자칫 공공의 비중을 훨씬 무겁게 저울질 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전대미문의 불안으로 인하여, 사회 전체의 이익을 내세우는 다수의 힘이 소수를 압도하는 분위기를 거역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각종 입법적·행정적 조치에 대하여 사후적으로 차분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살펴줄 개별 재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방역패스만 하더라도, 나이나 건강상태, 부작용 우려 등 개개인의 다양성에 대한 고려와 학습권이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 평등권 등 인권적 관점에서의 스크린이 반드시 필요하다. 방역 전문가의 의견과 법률 전문가의 판단이 어우러지고 균형점을 찾을 때, 민주국가의 방역체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일사불란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교과서에 적힌 대로, 사회의 안전이나 질서유지를 뒷받침하는 것도 사법의 몫이지만, 압도적 국가주의에 휩쓸리지 않도록 꼭 필요한 딴지를 거는 것 또한 사법부의 역할이다.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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