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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피신조서 개혁, 연착륙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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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피고인이 법정에서 간단한 부인의 의사표시로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 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제시킬 수 있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됐다. 개정법은 올해 새로 기소된 피고인의 재판에서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법조계에서는 조만간 큰 혼선이 빚어질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새 제도가 연착륙하려면 충분한 시간과 준비작업이 필요한데, 급작스럽게 법개정이 이뤄진 데다 유예기간 동안 물적·인적 인프라 확충도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는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적법하게 그의 진술로 작성된 것이라 인정되면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형사사건의 무게 중심이 검찰 조사 단계에 일정부분 쏠려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개정법은 이 무게추를 법원(법정)으로 옮겼다. 이제부터는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도 경찰 피신조서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검사 피신조서를 법관이 볼 수 없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신년사에서 "공판에 대비하는 수사로 업무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검찰청이 조사 방식 및 공판 대응을 위한 매뉴얼을 마련해 세밑 서둘러 일선 검찰청에 배포한 이유다. 하지만 너무 늦은 벼락치기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은 수사 중 피의자 진술을 청취한 조사자나 참여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조사자증언과 조사 장면이 담긴 영상녹화물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조사자 증언은 그동안 법원에서 인정되는 비율이 낮았고, 영상녹화물은 현행법상 법정에서 독립된 증거로 사용될 수 없기 때문에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개정법은 명실상부한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대비 없이 피신조서를 휴지조각으로 전락시켜 큰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진술증거 의존도가 높은 뇌물이나 기업범죄 등에서 무죄를 우려해 검사들이 기소를 꺼리거나, 재판이 크게 지연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68년 만의 대변혁이 개혁이 될지, 개악이 될지는 향후 노력에 달렸다. 법원과 검찰, 변호사업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경과를 점검하면서 제도 연착륙을 위한 보완책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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