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프리즘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175514.jpg

새해가 밝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해가 바뀐다는 것이 마냥 들뜨고 설레었는데. 지금은 새롭게 잘 시작해 보자는 마음 반, 어딘지 씁쓸한 마음 반이다. 내로라할 성과 없이 한 살 더 쌓이는 나이의 무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연말연시에는 자연스럽게 작년의 삶을,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한가롭고 여유 있게 보낸 것도 아니건만. 제 딴에는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살아온 날들이건만.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어?'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지?' '노력한 것 치곤, 뭔가 가시적인 성과라는 것이 없지 않나?' 이런 내면의 목소리에 자책감이 들곤 한다. 바쁜 일상 속에 눌러두었던 강박관념, 뭔가 더 해야 한다는 생각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생각을 찬찬히 따라가 보면 내면의 목소리에도 반박할 구석은 많다. 애초에 내가 해낼 수도 없던 크고 멋진 일. 어떻게 이루어내야 할지 엄두도 안 나는 일은 원래 내 몫이 아니다. 해내지 못했다 하여 책망을 들을 일도 아니다. 다음으로 할 수 있었지만 미뤄둔 일. 다른 더 중요한 일 때문에 우선순위를 조정한 것이라면 자책감 느낄 일이 아니다. 다른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없을 때 시도하면 될 일이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자책하는 목소리를 하나하나 되짚어 반박해 본다.

작년에도 하루하루 성실히는 살았다.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했다. 항상 최상의 결과가 나왔던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고 보람찬 순간들이 있었다. 가끔 내 손에 들려진 한 해의 열매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끔 '잘 살아온 것 맞나',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나', 초조한 기분에 젖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고생했어' '내가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을 믿어'라고 말해주며 다독이려고 한다.

며칠 전 서점 사이트에 방문했다가 나도 모르게 책 한 권을 제목에 끌려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이런저런 마음들로 새해를 여는 많은 사람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말이다.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리걸에듀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