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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해롱이'에게 해피엔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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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슬빵)'의 극중 '유한양(해롱이)'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슬빵'의 마약사범 '해롱이'를 이뻐라 한 시청자들은 해롱이가 출소하자마자 다시 약을 하는 모습이 무척 충격적이었나보다. 검색엔진에 '슬빵 해롱이'를 쳐보면 그와 같은 시청자 감상평을 여럿 볼 수 있다. 약에 취해 해롱거리는 모습으로 '감빵생활'을 시작한 해롱이가 극한의 금단 현상을 어찌어찌 잘 극복하여 본래의 매력적인 '유한양'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응원하며 지켜봤다면 그럴 만도 하다.

그렇지만 '2상6방' 동료들이 해롱이의 출소 며칠 전, '그가 나가서 또 약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장면이 살짝 나오는 그 순간부터 나는 '이거, 나가자마자 뭔 일이 있겠군' 싶었다. 단약 의지를 굳건히 하고 나온 해롱이가 출소하자마자 교도소 앞에 승합차를 받쳐놓고 기다린 마약상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기 스스로 팔에 필로폰 주사를 놓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나는 그저 심드렁할 뿐이었다(이런 드라마에 몰입할 수 없다는 게 어쩐지 슬퍼진다).

마약류 재판의 세계에서는 출소 직후 재범하는 것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특별한 장면이 아니다. 오히려 종종 보이는 패턴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재범의 유혹을 이겨낸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법원에 다시 오지 않기에 모를 수도…). 어느 마약사범이 낸 반성문에는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출소일이 되어 교도소에 맡겨 둔 짐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을 넣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잠시 뒤 마약상들로부터 '좋은 약이 있다'는 문자, 카톡, 텔레그램 메시지가 쇄도했다는 것이다.

'해롱이'의 길에 한 번 발을 들이는 게 이렇게 무섭다. 그런데도 클럽 같은 곳에서 더 재밌게 놀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입문용 마약'에 손을 대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제 갓 '입문' 단계인 젊은 피고인이 마약사범들끼리 모아 놓은 감방에서 심한 중독 상태에 빠진 동료들이 그리는 지옥도를 목격하고, 똑같은 처지는 되고 싶지 않다며 내지르는 절규를 꼭 한 번 들려주고 싶다.


차기현 판사 (광주지법)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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