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LAW&스마트

N번방 방지법과 사전 검열

175320.jpg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하여 생성된 단체 채팅방에서 불법 음란물을 생성하고 거래·유포한 사건이다. 이름이 N번방인 이유는 채팅방을 만들어 음란물을 유포하면서 방을 1번방부터 8번방까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사방 사건은 그와 별개 사건으로 입금 금액에 따라 채팅방 등급을 나눠서 음란물을 유포한 것인데 같이 취급된다. 2019년 사건이 알려졌을 때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온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재판 진행 상황은 실시간으로 중계되었고, N번방 설립자는 재판에서 징역 34년, 박사방 설립자는 징역 42년을 선고받았다.


N번방 사건 이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여의도의 노력은 가열차게 이루어졌다. 2020년 5월 20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되었고 지난 12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법 제22조의5 이하).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의 주요 내용은 불법차단물의 유통이 신고된 경우 사업자는 이를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1항), 연매출액 10억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 인터넷 사업자에게는 콘텐츠 유통 시 불법 촬영물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2항). 2항의 대상에는 공개는 물론 비공개 오픈 채팅방도 포함되고 다만 일반채팅 또는 1:1 오픈 채팅방은 제외되고 있다. 사전 확인 의무의 적용대상은 국내 양대 포털은 물론 87개가량의 사업자가 해당한다. 그렇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사적 대화방에 해당하는 텔레그램은 N번방 사건이 발생한 곳이지만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확인의무 이행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불법 촬영물을 걸러내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이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전 확인 작업은 표현에 대한 사전 검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예전부터 기계적인 방식에 의한 컨텐츠의 사전 확인 작업, 예컨대 파일들을 업로드할 때 스파이웨어 등이 포함되어 있는지 등을 검토하는 절차는 있어 왔고 위법하다는 평가는 받지 않았다. 논란은 필터링의 정확성과 관련한 기술적인 이슈로 보인다. 정부도 유예기간을 6개월 부여하면서 기술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대안이 없으면서 사전 확인 의무 제도를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성착취물 사전 차단의 중요성에 비춰 공염불이라는 주장도 있다. 다만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적어도 사전 필터링을 강제하는 행위가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숙의하는 자리들이 계속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태욱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