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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형사소송시스템 전면적 재정비 준비해야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2022년부터 형사소송절차에서 또다른 큰 변화가 생긴다. 내년부터 기소되는 사건에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법정에서 내용에 동의할 때만 이를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뀐다. 그동안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유죄 인정의 유력한 증거로 사용되어왔기 때문에 이러한 규정은 형사소송절차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형사사법절차를 둘러싼 논쟁들이 있었고 최근 수년간 법제화가 이루어져서 이른바 신 형사사법시스템이 도입되었는데 현장에서 일하는 법률가들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형사소송절차를 새로 만드는 마음가짐으로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정비하는 작업을 해야 하며 지금부터 그 준비를 해야 한다.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법정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여서 그 증거능력의 변화는 검경 수사권 조정보다 파급효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플리바기닝 제도가 없어서 수사단계의 자백 사건도 모두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시 가리게 되는데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쓸 수 없게 되면 심증은 있어도 유죄를 선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또 재판이 장기 지연되는 폐해는 명약관화하다. 게다가 영상녹화의 증거능력도 인정되지 않아서 수사기관으로서는 제대로 수사를 할 수도 없고 증거로 쓸 수도 없다. 그러니 국가 형벌권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인권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시행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장단점이 드러날 것이다.

출범한 지 1년 동안 수사 성과는 거의 없으면서 편파 수사, 정치인 및 기자 사찰, 무리한 압수수색 등 각종 시비에 휩싸여서 저잣거리에서 비아냥의 대상으로 전락한 공직자비리수사처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 현재 여론은 공수처의 인적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쪽이지만 사실은 제도적인 문제가 훨씬 더 크다. 애초부터 공수처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서 설치하면 안 되고 설치하더라도 현행 법체계에 맞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학계와 실무계의 비판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입법한 결과이다. 당시 찬성론에 섰던 학자 중 어느 누구도 제대로 설명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 주소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보완이 시급하다. 제도 시행 이후 수사가 장기화되고 제대로 된 결과도 못 내며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검사 입장에서는 종국 결정을 하지 않고 경찰에 보완수사 요청을 하고 경찰은 보완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다시 송치하면서 핑퐁질만 계속되니 사건 처리는 안 되고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본다. 어떤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실무자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후진적이고 누더기인 형사소송절차를 그대로 두고 선진국가로 가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다. 형사소송법은 그 시대의 문화와 사회질서의 단면이다. 그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요청은 물론 문화수준과 법의식, 가치관과 세계관은 모두 형사절차에 영향을 미친다. 법무부 뿐 아니라 학계, 실무계에서 전반적인 검토를 해서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사회 수준에 맞게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도 이제는 제대로 된 형사소송절차를 가진 나라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