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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선승구전(先勝求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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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에 '선승구전(先勝求戰)'과 '선전구승(先戰求勝)'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쟁에서 이기는 군대는 미리 이길 상황을 만들어 놓고 싸움터로 나가기 때문에 항상 쉽게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군대는 싸움터로 나가서야 이길 방법을 찾기 때문에 매번 악전고투를 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세상만사에 두루 적용된다. 기업 운영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외투자나 국제거래가 많은 기업일수록 중요한데, 선승구전을 위해서는 계약서를 잘써야 한다. 특히 분쟁해결조항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국제중재실무회(회장 임성우)가 최근 '대한상사중재원(KCAB) 중재조항 삽입 실태조사 및 국제중재 사건유치 증대를 위한 개선 방안'을 주제로 6개 산업군 27개 대기업에 근무하는 팀장급 사내변호사들을 직접 인터뷰해 심층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존의 계약서를 관행적으로 재사용하거나 외국 기업이 제시한 국제중재 조항 조건에 큰 고민 없이 동의했다가 분쟁이 발생하면 불리한 상황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들이 지금까지 분쟁해결조항을 어떻게 설정해야 유리한지 등에 대한 경계심이 없거나 이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해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 사내변호사들은 △산업 분야별 영문 표준계약서를 제작해 중소기업들에게 배포하는 방안 △분쟁 발생 초기 쌍방의 합의를 유도할 수 있는 절차를 반영한 중재규칙을 제정하는 방안 △우리 기업이 익숙한 장소인 KCAB와 서울을 중재지로 넣은 계약서를 널리 사용하게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분쟁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겠지만,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곤경에 처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도록 미리 '선승구전' 하기를 바란다. 여기에는 로펌과 변호사 등 법조계의 지원도 가세해야 할 것이다.

국제법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업법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업 초기 계약 단계부터 추후 발생할 분쟁의 해결 전략이나 유리한 국제분쟁 중재지를 계약서에 미리 반영하고, 분쟁해결을 위한 사내 프로세스를 정교화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 나가기를 바란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