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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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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해파리 수면법'이라 불리는 수면법이 있다. 미 해군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하여 개발된 방법이라는데, 근육을 이완시키고 심호흡을 하면서 마치 해파리처럼 온몸의 힘을 빼다 보면 옆에서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2분 내에 잠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까닭 없이 찾아오는 불면의 밤마다 나는 바닷속을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를 상상하며 그 수면법을 성공시켜 보려고 애썼다.


이미 상상 속에서 친근해졌기 때문일까. 550종 이상의 바다생물이 전시되어 있는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Monterey Bay Aquarium)에서 나를 가장 매혹시킨 것은 귀여운 바다 수달도, 초대형 수조에서 군무를 펼치던 정어리 떼도 아닌 해파리였다. 반투명한 몸으로 형형색색의 빛을 내며 물속을 둥실둥실 유영하는 모습은 너무도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거기에 해파리 전시실의 몽환적인 음악까지 곁들이니 잠들기 직전의 몽롱한 기분처럼 모든 것이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해파리는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몸체를 지녔지만 그 신비로운 매력은 들여다볼수록 끝이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 중 하나라는 해파리는 뇌와 같은 중추신경계도 없고 심지어 혈액이나 심장도 없다. 최소한의 기관으로 주변 세계를 인지하며 그 단순한 몸체로 수억 년을 살아온 것이다. 어떤 해파리는 성숙한 단계가 될 때마다 삶의 주기를 역행하여 영원한 생존이 가능하다고 하니, 해파리를 이해하는 건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한참을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 해파리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더니, 어쩔 수 없이 해안 도로를 따라가는 여행 일정을 조금씩 바꿔야 했다. 어차피 반드시 가야 하는 곳도, 꼭 해야 하는 일도 없었던 여행이니 아무래도 좋을 성싶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지나치게 힘을 주며 아등바등 살았다. 일부러 힘을 빼는 방법을 훈련해야 할 정도로. 이 여행의 진정한 목적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아름답게 보내기 위한 것이라면, 가끔씩은 느릿느릿 바닷속을 표류하는 해파리처럼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며 유유히 흘러가봐도 괜찮지 않을까.


최윤아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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