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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감정(鑑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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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감정(鑑定)'은 법관의 지식·경험을 보충하기 위하여 전문 지식·경험을 가진 제3자(감정인)의 의견을 청취하는 증거조사를 말한다. 법원은 당사자의 원용이 없더라도 감정을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으나 감정 결과를 실제 증거로 인정할 것인지는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다(민사소송법 제202조). 실무에서 감정 결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력한 증거로 인정되며 이에 대한 탄핵 주장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감정이 이렇게 중요한 증거방법인 것에 비해, 재판에서 감정을 위해 고려되어야 할 것들이 간과되기도 한다. 특히 감정인들이 감정 때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 감정요청사항이 불명확하거나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감정 분야가 너무 전문적이어서 감정요청사항을 정확하게 기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신청인 자신이 무엇을, 왜 감정하려고 하는 것인지 모호한 경우가 있다. 감정인은 '감정요청사항만 명확해도 객관적이고 정확한 감정이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말한다.

② 감정에서 감정인과 당사자 및 재판부(또는 수사기관) 간 의사소통이 중요할 수 있다.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당사자나 기관의 감정요청 취지를 좀더 이해할 수 있다면 감정에 도움이 된다. 예컨대 컴퓨터프로그램의 유사성 여부에 대한 감정에 있어 당해 사건이 저작권침해 분쟁인지, 아니면 영업비밀침해 분쟁인지 여부에 따라 감정하는 범위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러한 설명 없이 문구상 '유사성 여부'라고만 하면 쟁점에서 벗어난 감정결과가 제출될 수 있다.

③ 감정인은 감정에도 변론주의에 영향을 받는지 궁금해 할 때가 있다. 감정요청사항이 모호하거나 부적절해 보이는 경우 감정인이 직접 감정을 신청한 당사자(들)과 소통을 하여 감정요청사항을 정정, 수정해도 되는지, 아니면 이를 변론주의의 영역으로 보아 소통 없이 최초 요청사항대로 감정을 해야 하는지 문의할 때가 있다. 대부분의 감정인은 전문가로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정확한, 그리고 실제 분쟁해결에 도움이 되는 감정을 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런 고민을 상담하기도 한다. 한편, 이러한 고민을 잘 이해하시는 판사님 중에는 해당 사건의 쟁점에 필요한 감정요청사항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시는 분이 있어 전문가로서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④ 정확한 감정을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나 환경을 갖추기 위해 당사자의 협조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로 인해 법원이 객관적 증거조사를 위해 감정절차를 진행하였음에도 그 감정결과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사정은 재판에서 얼마나 고려되는지 궁금해 한다(예컨대, 비협조자에 대한 불이익이 있는지, 그 불이익은 무엇이며, 어느 정도 되는지 등).

재판을 위해 감정을 신청하려고 할 때 각 분야의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을 종종 느끼게 된다. 반면 감정 업무의 강도에 비해 감정인에게 지급하는 보수나 업무상 배려는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도 듣는다. 판결을 할 때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필요한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볼 때 공정한 판결을 위해서 체계적인 감정 제도의 확립은 필수적이다. 이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조정욱 변호사(법무법인 강호)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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