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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일본의 재판관에 대한 국민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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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에 이곳 일본에서는 중의원 선거가 있었다. 결과는 이미 서울에서도 보도가 되었다. 그런데 그 선거와 함께 최고재판소의 재판관에 대한 국민심사도 같이 행하여졌다는 것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숙소에서 도쿄대로 걸어오는 길 곳곳에 입후보한 사람의 포스터가 나란히 붙어 있는 입간판(立看板)이 서 있었다. 그걸 잘 보면 그 한 구석에 "최고재판소 재판관에 대한 국민심사"를 언급하고 있다. 일본 헌법 제79조는 최고재판소 재판관(이하 '최고재' 또는 '최고재 판사'라고 한다)의 임명 등에 대하여 정한다. 그 제2항 및 제3항은 최고재 판사의 임명은 "그 임명 후 처음 행하여지는 중의원의원 총선거에 즈음하여 국민의 심사에 부치고, 그 후 10년을 경과한 후 처음 행하여지는 중의원의원 총선거에서 다시 심사에 붙이며, 그 후도 마찬가지로 한다", "전항의 경우에 투표자의 다수가 재판관의 파면을 가(可)로 하는 때에는 그 재판관은 파면된다"고 각각 정하고 있다. 우리는 한 번도 채택한 일이 없는 낯선 제도이다.

 

일본 최고재는 장관 1인, 판사 14인 도합 15인으로 구성되는데, 이번에 그 중 11인이 국민심사를 받았다. 그 '출신'으로 보면, 법관과 변호사가 각 3인, 검사와 행정관이 각 2인, 그리고 교수가 1인이다. 나이는 62세부터 67세까지로 예외없이 60대이다.

 

물론 결과는 예상된 대로 '투표자의 다수가 파면이 옳다고 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투표한 사람의 비율은 많으면 7.85%, 적으면 5.97%에 그친다. 문득 나는 2%에 가까운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금년 6월 23일에 최고재에서 부부동씨(夫婦同氏)의 원칙을 정하는 일본민법 제750조("부부는 혼인에 즈음하여 정하는 바에 좇아 부(夫) 또는 처의 씨를 칭한다")가 헌법에 위반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결정을 내렸는데, 위 재판에 관여하였던 재판관 중에서 이번에 국민심사의 대상이 된 이는 7인이다. 그 중 위 민법 규정이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던 4인이 모두 7% 이상 '파면 가'의 표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시민단체가 SNS 등을 통하여 위 4인의 재판관에 대한 파면 가의 투표를 호소하였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도쿄의 경우에는 그 표가 11.0%까지 나왔다. 물론 지금까지 국민심사에 의하여 파면된 재판관은 하나도 없고, 가장 많았던 것이 1972년에 있었던 국민심사에서의 15.17%이다. 당시 그 대상이었던 재판관은 외교관 출신인데 오키나와 반환을 둘러싸고 외교관 시절에 하였던 발언이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중의원선거에서 무겁게 다루어진 쟁점 중 하나가 앞으로는 부부별성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여당인 자민당은 적어도 당분간은 현행대로 무방하다는 것이었으나, 야당은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이를 바꿔야 한다는 정견을 내세웠다. 우리는 민법 제781조 등에서 정하는 자(子)의 성(姓)이 문제되어서, 자가 부(父)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개정 전의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2005년 12월에 있었다. 일본에서는 그보다 또는 그에 앞서서 부부의 성이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양창수 석좌교수(한양대·전 대법관)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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