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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회스타그램

[#지방회스타그램] 코로나와 변호사의 일상

지인들과 한 잔 하며 담소하던 자리는 사라지고
매일 수십통 전화 받으며 기약 없는 약속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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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함께 한 지 2년이 되어 간다. 마스크를 사려고 요일에 맞추어 줄을 섰던 일상은 추억을 지나 전설이 되어 버렸고, 백신 예약을 위해 휴대폰을 광클릭하던 시기도 지났다. 위드 코로나로 한숨 돌리나 했지만 처음 들어본 그리스 문자 오미크론이 꿈틀댄다. 작년 연말 모임은 죄다 취소되었고, 올해 역시 약속 잡다가 다시 취소된다. 집 앞 공항리무진 정류장은 이미 노선이 없어져서 전단지로 도배된 지 오래다. 자주 가던 포차 사장님을 뵌 지도 오래 되었고,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는 자리도 사라져 우울한데 집에 계시는 나의 주인님이 좋아하신다. 코로나 이전 12시면 "일찍 왔네"라 하셨는데, 이젠 일상이 되어 위드 코로나 시대가 도래 했음에도 10시가 넘으면 혼날 준비를 해야 한다. 우울한 가운데, 대학 선배의 전화가 울린다. 코로나 기간 가족끼리 밀접 접촉 2년을 기화로 증폭된 가정불화 때문에 이혼하고 싶다는 연락이다. 재산분할 절반이라고 충격을 주니 열을 내다가 참고 산다며 조만간 한잔하자고 한다. 우울하다. 내가 속한 경기중앙회 축구 밴드의 알림이 울린다. 사전명단 작성은 필수고 경기 중에도 마스크 쓰고 뛰어야 한다. 올 한 해 경기 취소 알림만 받다가 마스크맨 축구라도 할 수 있다니 다행이기는 하나 언제 또 취소될지도 모르고 이제 운동 좀 해보려고 하니 겨울이다. 우울하다. 연속으로 서초에 있는 선배로부터 연락이 온다. 새로운 고용 변호사를 구한다는 말씀이다. 요새 젊은 변호사들은 배우고자 하는 끈기가 없고 돈만 밝힌다고 하신다. 그러면서도 소개할 사람 있으면 추천을 부탁하며, 코로나 잠잠해지면 한번 보자고 한다. 우울하다. 지방에 있는 후배가 메시지를 보낸다. 고용변호사를 박차고 개업을 하게 되었다고 소연을 밝힌다. 이유를 물으니 더 이상 발전가능성이 없음, 일은 내가 하고 돈은 대표가 다 가져감, 돈을 너무 적게 줌 등이다. 일단 개업을 축하하고, 이왕 할 거 빠른 결정이었다고 덕담을 한다. 역시 코로나 잠잠해지면 한번 보자고 한다. 두 사람은 일면식 없는 사이이니 따로 봐야겠지. 서로 자신의 입장만 이야기하는 동상이몽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데 어떤 반응일까? 역지사지란 없다. 코로나 이후라는 기약 없는 만남을 약속하는 나른한 오후, 받기 싫은 전화가 울린다. 이런 전화는 진동소리부터 싸늘하다. 의뢰인이다. 일주일 째 열람을 망설였던 판결문을 낭독해준다. 질 때 잘 져야 한다는 신념으로 완패한 사건으로 이제 법조인이 아닌 심리상담사 모드로 위로하고 공감해 준다. 오늘 내가 당신의 오은영 박사가 되어 주겠어. 코로나가 많은 일상을 변화시켰지만, 매일 수십통의 울고 웃는 전화를 받는 변호사로서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시 전화가 울린다. 아직 번호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쿨하게 성과보수를 투척해 주는 의뢰인이었으면 좋겠다.



박지훈 변호사(경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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