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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상표소송실무에서의 수요자 인식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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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들어가며

객관적 타당성과 신뢰성만 인정된다면 광고비나 매출액보다 직접적으로 상표소송에서 수요자 인식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설문조사이다. 이에 따라 설문조사 증거의 실무적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허법원에서도 다양한 상표사건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여 판단 근거로 삼고 있고, 여러 판결에서 그 타당성·신뢰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볼 수 있다. 최근 펌핑치약 사건에서는 양 당사자 모두 설문조사 증거를 제출하여 그 증거력이 비중 있게 검토되었고, 삼성제약 사건에서는 원고 제출 설문조사에 대하여 판결문에서 별도의 장으로 상세히 검토하면서 설문조사의 증거력 판단기준에 대하여 설시하는 등 설문조사 결과가 더욱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Ⅱ. 특허법원 사례
1. 펌핑치약 사건(특허법원 2021. 9. 10. 선고 2020나1384 판결, 상고중)

원고 LG생활건강과 피고 애경산업은 모두 용기 상단의 펌프 부분을 눌러서 사용하는 형태의 치약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원고는 원고 등록상표의 'PUMPING' 또는 '펌핑' 부분이 심장이 콩콩 뛰는 감성적 느낌을 강조한 암시적 표장에 해당하거나 장기간 사용을 통하여 식별력을 취득한 기술적 표장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포함한 피고 제품에 대하여 상표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등을 주장하였다. 특허법원은 'PUMPING' 또는 '펌핑'이 상품의 사용방법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기술적 표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데 이와 같은 판단에는 설문조사 결과가 중요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원고 제출 설문조사는 표본의 대표성이 떨어지고 질문이 응답자를 원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등 객관적 타당성 및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 반면 피고 제출 설문조사에는 그러한 사유가 없었던 점도 크게 작용하였다.

2. 삼성제약 사건(특허법원 2020. 9. 24. 선고 2020허11 판결 등, 확정)

원고 삼성전자주식회사는 피고 삼성제약 주식회사의 '삼성제약' 또는 'SAMSUNG PHARM'을 포함하는 등록상표가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허법원은 이 사건 등록상표 중 '삼성제약'은 일반 수요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피고의 상호의 약칭이자 약제 등과 관련하여 주지·저명한 표장으로, 등록상표의 요부는 '삼성'이 아닌 '삼성제약'이고, '삼성'이나 'SAMSUNG'으로 되어 있는 선등록·선사용상표들과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사건에서 원고는 등록상표가 표시된 피고 제품을 본 응답자는 이를 '삼성그룹'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한다는 등의 설문조사 결과를 제출하였는데, 특허법원은 표본이 지정상품의 수요자를 적절히 대표하지 못하는 점이나 문항이 원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된 점, 등록상표와 다른 이미지를 제시한 점 등을 바탕으로 설문조사의 객관적 타당성과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위 설문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Ⅲ. 바람직한 수요자 인식 설문조사

그렇다면 상표소송에서의 바람직한 설문조사 증거란 어떤 것일까. 삼성제약 사건에서 특허법원은 "설문조사 결과의 객관적 타당성과 신뢰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 모집단이 적절하게 설정되었는지,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이 추출되었는지, 응답자에 대한 질문 태도가 적절한지, 설문조사를 수행한 자가 전문성을 구비하였는지, 표본 설계, 설문조사 문항, 인터뷰가 그 설문조사의 해당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객관적 절차와 기준에 맞게 수행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가장 대표적인 주의점을 설문조사의 설계, 구성, 제출로 나누어 다루어 보기로 한다.

1. 설계

지정상품을 고려한 모집단 및 표본 설정, 실시방법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상표소송에서의 설문조사는 어디까지나 그 상표의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모집단을 지정상품의 수요자로 설정하여 표본을 추출하여야 한다. 즉 수요자가 특정 지역, 성별, 연령대 등에 밀집되어 있는 지정상품의 경우 그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표본은 우리나라 표준 인구분포를 대표한다 하더라도 오히려 수요자 인식의 조사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 실시방법으로는 전화, 대면, 온라인 조사 등 다양한 방법이 있고, 그 중 온라인 조사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이 역시 지정상품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 가령 삼성제약 사건에서는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않는 노년층이 주 수요자층을 이루는 지정상품에 대한 수요자 인식을 조사하면서도 만 20~59세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표본의 대표성이 문제된 바 있다. 한편 펌핑치약 사건에서는 원고 설문조사 일부가 여성 1000명만을 대상으로 하여 '치약'의 수요자가 여성으로 제한되지 않음에도 남성 수요자를 배제하여 역시 표본의 대표성이 떨어지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외에도 가도비전 사건(특허법원 2021. 1. 29. 선고 2020허4020 판결, 병원 근무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나, 그 중에서 조영제 상품의 수요자나 거래자라 할 수 있는 의료인은 3분의1에 불과하였다),메뚜기쌀 사건(특허법원 2020. 11. 26. 선고 2020허3607 판결 등, 쌀 상품의 생산자, 유통업자에 대한 고려 없이 성별, 나이, 지역의 분포에 따라 표본을 추출하였다) 등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견된다. 그 외 설문조사 실시기관의 전문성과 실시시점도 감안해야 한다. 판단기준시로부터 지나치게 동떨어진 시점에 실시된 설문조사는 그 증거력이 퇴색될 수밖에 없으므로 가급적 소송 내지는 심판절차의 조기 단계에 설문조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2. 구성

다음으로는 설문조사에서 제시되는 표장과 문항이 문제된다. 표장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나라보다 설문조사 증거를 한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미국에서 흔히 쓰이는 방식 중 하나인 Eveready 방식은 후사용상표의 수요자층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면서 후사용상표 이미지만을 제시하고, 주관식으로 그 출처를 물어 응답자가 선사용상표의 상표권자를 언급하는지에 따라 출처 혼동 여부를 판단하기도 하는데, 이격적 관찰의 원칙에 충실한 방식이라 생각된다.

한편 질문을 통해 답을 암시하는 등 응답자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해서는 안 된다. 펌핑치약 사건의 원고 설문조사는 문항에서부터 "'펌핑' 치약 브랜드를 어느 회사의 제품으로 알고 계십니까?"라고 질문하여 이미 '펌핑'이 브랜드에 해당하는 부분임을 암시한 뒤 다음 질문에서 "다음 사진 속의 제품에서 '제품의 브랜드 이름'을 나타낸 부분이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 'PUMPING'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점이 문제되었다.

객관식 질문의 경우 보기의 구성도 중요하다. 미국 연방대법원 'Booking.com' 판결에서 증거로 제출된 설문조사를 보면 'Booking.com'의 보통명칭 해당 여부 조사를 위해 이를 다른 단어와 함께 제시하면서 제시순서에 따른 선입견 형성을 방지하기 위해 응답자를 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마다 그 제시 순서를 무작위로 달리하였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 정도로 치밀하게 객관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설문조사 증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어느 이미지를 먼저 접하는지에 따라 응답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 이미지 제시순서를 응답자 그룹마다 달리할 필요도 있겠다. 위 가도비전 판결에서도 제시순서를 무작위로 하지 않고 선등록상표를 지속적으로 먼저 노출시켜 선등록권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응답을 유도하였다고 보았다. 설문 결과의 해석에 문제의 소지가 없는 한 주관식으로 문항을 구성하여 온전히 응답자의 인식에 의지한 답을 얻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펌핑치약 사건에서 제출된 피고 설문조사에서는 원고 설문조사와 대조적으로 피고 사용 표장의 이미지를 제시한 뒤 어느 부분이 상표로 인식되는지 제품에 표현된 그대로 표기할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다(그 결과 89%가 '2080'을 상표로 특정하고, 0.2%만이 'PUMPING TOOTHPASTE·펌핑치약'이라고 응답하였다).

3. 제출

제출단계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설문조사 증거 제출 시 그 결과만 인용해서는 증거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실시기관, 대상, 방법, 문항, 제시표장 등까지 그대로 증거로 첨부하여야 재판부가 그 객관적 타당성 및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실시기관과 관련하여, 현재 특허법원에 제출되는 설문조사는 대부분 주요 여론조사기관을 통하고, 일부 기관에서는 한국상표·디자인협회와 협업하여 상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데, 그 중에서도 단순히 실시기관명만을 기재한 증거자료가 있는 반면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와 약력, 조사경과까지 기재한 경우도 있다. 자연히 전자보다는 후자가 높은 신뢰를 얻게 된다.


Ⅳ. 나가며

특허법원은 준비기일을 통해 설문조사 설계 단계에서 대리인들과 사전 협의를 거치기도 하고, 사후적으로는 판결문에서 설문조사 증거 검토 결과를 상술하는 등 바람직한 실무적 기준을 세워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각 설문조사의 객관적 타당성·신뢰성은 개별적 사안마다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판단될 것이므로 절대적 기준을 내세우기는 쉽지 않으나, 상표소송에서 설문조사 증거 제출을 고려하는 대리인들은 위에서 살펴본 주의점 등을 다각도에서 검토하여 수고하여 준비한 증거가 그 주장하는 바를 설득력 있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박운정 선임연구원(특허법원 국제지식재산권법연구센터·뉴욕주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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