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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채점기준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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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은 기본 7법을 공법, 민사법, 형사법으로 묶어서 선택형, 사례형 그리고 기록형의 3가지 방식으로 평가한다.


변시를 주관하는 법무부에서는 시험 직후에 객관식인 선택형시험에 대해서는 문제와 정답을 공개하지만, 주관식인 사례형과 기록형시험에 대해서는 문제만 공개하고 있다. 그래서 선택형시험에 대해 정답시비가 자주 벌어지고 있지만 사례형과 기록형시험에 대해서는 시비가 생길 여지가 없다. 물론 올해 초에 실시된 변시의 공법 기록형시험에 어느 로스쿨의 수업에서 다루어진 문제와 사실상 같은 것이 출제되었다고 하여 백지답안까지 모두 만점처리를 한 경우가 유일한 예외라 할 수 있다.

주관식시험에서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 채점기준표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을 비판하는 입장에서 법전원협의회에서 주관하여 25개 로스쿨에서 1년에 3회씩 실시하는 모의시험에서조차 채점기준표를 대외비로 하는 조치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채점기준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시험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시시비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아주 손쉬운 방법이긴 하다.

사법시험 시절에는 시험위원들이 고시계 같은 고시잡지에 채점평을 투고하기도 하고 고득점 합격생들이 모범답안으로 재작성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수험생들은 그것을 통해 채점기준을 파악할 수가 있었지만 변시에서는 시험위원들에게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바람에 학원가에서 떠도는 채점기준표나 기출문제집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모의시험의 경우에는 몇만원 정도로 불법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모의시험은 각 로스쿨의 교수들에게 채점을 위해 알려주기 때문에 살펴보면 채점기준표가 엉성하거나 틀린 경우가 가끔씩 발견되고 관련이 없는 판례가 인용되기도 한다. 이런 채점기준표를 보면 아무리 짧은 시간에 작성하는 것이지만 너무 무성의해 보이고 학생들에게 보여주기가 민망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법전원협의회에서 대외비로 한 채점기준표를 얼마 후에 거의 그대로 실어서 해설집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 수험생들은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교수들도 기출문제를 강조하고 학교 시험에서도 기출문제를 그대로 혹은 약간씩 변형하여 출제하기도 한다. 수험생들의 응시료로 출제된 문제와 채점기준표는 다음 후배 수험생들을 위한 귀한 학습자료가 되는 것이다. 또한 좋은 문제와 잘 정리된 채점기준표는 그 자체도 가치가 높은 법률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완벽하게 보안을 유지하면서 짧은 기간 내에 출제를 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은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출제 이후에 평가의 공정성을 지켜야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고 당연하다. 억울한 수험생은 절대로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채점기준표를 과감하게 공개하여 비판을 받게 되면 오히려 변시의 신뢰도는 더욱 높아지고, 시험출제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출제수준도 많이 향상될 것이다. 그래서 수험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로스쿨 교육의 방향도 개선되리라 확신한다. 변시가 또 다가온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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