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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람 이름 붙인 법 개정, 이젠 신중해야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25일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람을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인데, 세간에는 '윤창호법'으로 알려져 있다. 위헌 논지는 과거의 음주운전과 두 번째 음주운전 사이에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은 가중처벌에 해당하여 책임보다 형벌이 과도하고, 반복적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 일반의 법 감정에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중벌에 대한 무감각이 법질서의 안정을 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법의 적용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은 재심을 통해 일부 구제받을 수 있고,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공소장 변경을 검토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크고 작은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쉽게 법을 바꾸고 걸핏하면 법 앞에 관련자 이름을 붙이곤 한다. 언론도 공식적인 법 명칭 대신 별칭 사용을 선호한다. 사건·사고 때마다 법으로 규제를 강화해 온 것이 한몫 한 듯싶다. 요사이 법은 언제든 만들 수 있고, 당장이라도 바꿀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하지 않는가. 법의 무게감도, 법의 권위도 종전과는 사뭇 다르다.

또한, 국가에 대한 요구가 국가에 대한 기여보다 훨씬 민주적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것도 문제다. 꼭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다. '헌법윤리의 부재'를 짚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듯 사회 전반적으로 피해만 호소하고 권리만 강조하는 분위기가 거세다 보니 무슨 일만 발생하면, 당장 법부터 들먹이며 강한 규제를 요구하고, 정치인들은 졸속입법으로 화답하는 것이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사람이나 사건 이름을 붙인 법들이 줄줄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당장 법부터 고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법 만능주의의 환상'에 불과하다. 분위기에 휩쓸린 졸속입법이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법이 부른 재앙' 속에 살고 있다는 푸념마저 들리는 지경이 아닌가. 감성에 사로잡혀 법부터 손대고 보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 법의 필요성부터 실효성, 부작용, 입법 여파, 사회적 비용 등 모든 쟁점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 찬반 토론을 적극적으로 하고, 정부나 민간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산출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법을 손대야 한다.

우리는 현 정부 들어 중요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걸 자주 목격했다. 세간에는 다수결의 횡포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공론이 많았다. 정말 중요한 두 축이 '권력분립'과 '법치주의'인데, 이들이 위태롭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치권과 사회세력, 심지어 여론의 압박에도 흔들림 없이 수사권과 재판권을 행사하라는 헌법 정신은 교과서에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헌법의 잣대로 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하고, 권력의 남용도 견제하라는 요구에 답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다수의 정치적 지배가 아니라, '권력분립'과 '법치주의'에 구속받는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이제 작은 실천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가급적 공식적인 법 명칭을 사용하자. 간략하게 부르더라도 최소한 무슨 법인지는 알게 하자. 그리고 법 앞에 사람 이름을 붙이는 호칭은 이제 그만하자. 법은 한두 사람이 바꿀 수 있을 만큼 가벼운 게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