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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언제까지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는 법언에 머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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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문제의 제기-수술은 성공했는데, 환자가 사망하면 어떻게 되나?

시간은 금이다. 법적 정의는 내용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구현의 시간이다. 재판이 권리보호를 무색할 정도로 장기간이 소요되었다면, 당사자는 본인이 승소했든 패소했든 사법(司法)에 대해 불만을 가질 것이다. 소송지연이 문제될 때마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언이 운위되는 데 그치고, 그것을 여하히 법제도로 만들려는 모색이 전혀 없었다. 헌법상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단지 장식적이다. 시간과 법의 관계에 관한 문제인식이 필요하다. 시간이 법을 좌초시켜 사법불신을 자아낼 수 있다. 필자는 9월 14일 국회에서 개최된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과도한 재판지연에 대한 사법적 권리보호(司法的 權利保護) 문제'를 발제하였다. 이하에서는 논의의 공론화를 위하여 독일의 재판지연보상법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상론: 김중권, 공법연구 제47집 제2호, 2018. 12. 31. 199-220; 법률신문 제4798호, 2020. 5. 25.).


Ⅱ. 독일 재판지연보상법에 의한 손실보상소송의 주요 내용
1. 관할 법원

손실보상청구는 일반법원에서 관할하는 기존의 시스템과는 달리, 최대한 근접성의 이유에서 해당 법원의 상급법원이 자신의 재판권내에서 소송지연을 판단해야 한다. 연방법원에서의 재판지연의 경우 최상위 연방법원의 전속적인 관할이 존재한다. 따라서 민형사 최고법원(BGH)에서의 재판지연사건은 동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맡는데, 이런 사정은 연방헌재의 경우에도 그러하다.

2. 당초 법원에서의 지연책문의 제기

상급법원에 지연손실보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초 소송에서 해당 법원에 대해 소송절차의 진행을 책문(責問)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책문은 책임을 성립시키는 책무에 해당한다. 지연책문은 먼저 원래의 법원에 제기함으로써 원래 법원에 대해 경고를 발하는 셈이 되어 당초의 법원으로 하여금 절차를 신속화하여 소송지연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발휘한다(예방적 기능). 지연책문은 소송이 상당한 기간에 종료되지 않았다는 염려의 동인이 있을 때 비로소 허용된다. 따라서 지연책문이 성급하게 행해진 경우에는, 그것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그리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3. 대기기간과 제소기간

독일 법원기본법 제198조 제5항 제1문은 제소전 대기기간의 준수를 요구한다. 제소는 빨라도 당초 소송에서 지연책문을 한 다음 6개월 지나 행해질 수 있다. 대기기간제는 소송진행을 촉진하는 식으로 당초의 수소법원으로 하여금 지연책문에 대해 대응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결국 소송의 신속화에 도움이 된다. 재판지연보상소송은 늦어도 원래소송에서의 종국판결의 확정력(기판력)의 발생이나 소송의 종료 이후에 6개월 내에 제기되어야 한다. 이는 불변기간에 해당한다.

4. 대상인 재판절차

재판지연보상의 대상이 되는 재판절차에는 일체의 소송절차가 해당되는데, 잠정적 권리보호의 절차만이 아니라, 소송비용부조의 승인절차까지도 포함하는데, 이는 예시적이어서 다른 부수적 소송절차라도 손실보상청구권의 적용영역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들 민사소송법 제485조 제2항에 의한 독립된 증거절차, 민사소송법 제578조, 제579조상의 무효소송, 비용확정절차와 독촉절차도 잠재적으로 손실보상의무를 낳는 재판절차에 속한다. 형사부조의 영역에서도 손실보상권은 광범하게 적용되는데, 검사의 수사절차와 법원의 본안절차만이 아니라, 형집행법 제109조 이하에 의한 개별조치에 관한 재판에 관한 신청에 따른 결정절차까지도 포함한다. 그러나 본질이 행정절차인 행정심판절차는 여기 재판절차에 속하지 않는다.

5. 소송의 당사자

손실보상소송의 원고는 원래 소송의 참가자이다. 소송참가자는 재판절차의 당사자와 모든 참가자가 해당한다. 원고나 피고가 아닌 소외인인 참가자 역시 손실보상청구권자로 고려된다. 다만 헌법기관, 행정의 주체, 기타 공공부처는 이들이 자치권의 행사에서 소송절차에 참가하지 않는 한, 제외한다. 형사절차와 공법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한 일방만이 손실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반면, 민사소송에서는 양 당사자에게 손실보상청구권이 성립할 수 있다. 주 법원에서의 소송지연에 대해서는 주가 책임을 져야 하고, 연방법원에서의 소송지연에 대해서는 연방이 책임을 져야 한다. 해당 주나 연방이 피고가 된다.

6. 소송진행의 비상당성(과도함)

손실보상청구권의 실체법적 심사의 핵심물음이, 관련 당초 소송이 실제로 지나치게 오래 진행되었는지 여부의 확인이다. 상당한 소송진행은 개별경우의 사정에 따라, 특히 소송절차의 어려움과 의의, 그리고 소송참가자 및 제3자의 용태에 의해 가늠된다. 이것은 예시적 기준이다. 손실보상소송의 수소법원은 기본적으로 이전의 소송진행의 관점에서 소송지연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전 소송의 진행을 평가함에 있어서, 유럽인권협약 제6조 제1항에 관한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례(매 심급 당 1년 원칙)에 연계될 수 있다. 결국 개별경우의 사정이 결정적 규준이어야 한다. 상당성을 위한 도식적인 시간상의 규준은 존재할 수 없다. 소송참가자는 최대한 신속한 권리보호에 관한 청구권을 갖지 못하기에, 최적의 소송진행과 다르다는 사실만으로는 재판지연이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더 이상 정당하거나 비례적이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소송진행이 상당하지 않다.

7. 불이익의 발생

상당하지 않은 소송진행으로 소송참가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한 경우에만 손실보상청구권이 고려된다(독일 법원기본법 제198조 제1항 제1문). 법률은 물질적, 정신적 불이익을 구분하고, 그리하여 두 가지 종류가 규범의 적용영역에 포함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원고가 재산적 불이익의 보전을 구하면, 원고는 그것의 발생을 진술하고 증명해야 한다. 반면 독일 법원기본법 제198조 제2항 제1문에 의하면, 지나치게 긴 재판의 참가자는 정신적 불이익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일괄적인 손실보상금액과 결합하여 관련인에게 손실보상청구권의 주장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8. 장기간의 소송절차진행과 불이익간의 인과관계

독일 법원기본법 제198조 제1항 제1문은 인과관계의 심사를 요구한다. 재산적, 비재산적 종류의 불이익이 당초 소송절차의 비상당한(과도한) 진행을 원인으로 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당초 소송절차로부터의 불이익(가령 소송비용) 또는 당초 소송절차의 결과로부터의 불이익은 제외된다. 당초 법원에 의한 하자있는 소송집행은 그것이 진행시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여기서의 손실보상청구를 위해서는 중요하지 않고, 기껏해야 국가배상청구에서 고려될 수 있다. 소송지연의 개시 전에 성립한 불이익은 지연에 기인할 수 없다. 비재산적 불이익이 추정되는 한, 원인시인의 어려움은 없다. 법률상의 추정은 당초 소송의 지나친 장기간에 연결되기 때문에, 그것은 인과관계의 인정에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재산적 불이익의 발생에서는 원인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9. 손실보상의 내용

재산적 불이익을 보면, 독일 법원기본법 제198조 제1항 제1문은 상당한 손실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일반적인 국가책임법의 판례를 목표로 하는 것을 허용한다. 손실이 더욱더 구체적으로 추정될 수 있으면 있을수록, 판례는 더욱더 재산상 불이익을 완전하게 보전하는 경향을 보인다(BVerwG, NVwZ 2014, 1523). 다만 일실한 이득은 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 비재산적 불이익은 이상의 재산적 불이익과 비교하면 금액이 일괄적으로 정액으로 정해져 있다. 상당성의 심사가 불필요하다. 연간 1200 유로의 정액지급의 원칙이다. 다만 이례적인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1200 유로보다 상회, 하회할 수 있다. 1년보다 짧은 기간이라면 법률적으로 확정된 금액을 월 단위로 안분한다. 가장 최단 기간은 1개월이다. 정액보다 상회하는 것은 원고가 심대하게 중대한 손실을 증명한 경우에 고려된다.


Ⅲ. 맺으면서-재판지연의 문제는 사법의 민주성과 신뢰성의 문제이다

소송지연은 결과적으로 권리구제의 정지이고, 사법불신을 낳는다. 사법불신은 곧바로 민주적 법치국가에 대한 불신이 된다. 사법 스스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제도적으로 해소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재판지연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재판지연보상법'과 같은 법률은 건강한 긴장과 경계에 의거하여 사법의 효과적인 자기통제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할 것이다. 판사부족을 재판지연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것이 일면 수긍되나, 차제에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강구되어야 한다. 직업판사만의 접근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독일처럼 광범한 겸직(명예)판사의 도입을 강구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가령 노동법원의 재판부는 1인의 직업판사(재판장)와 각기 사측 및 노측에서 선임된 2인의 명예판사로 구성된다. 그들은 겸직판사제가 사법신뢰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고, 나아가 국민주권의 가시적인 표현이라 여긴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