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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MetaVerse) 안에서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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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처음으로 창원지법 재판에 출석을 하게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장거지 출장을 간다는 마음에 약간 설레기도 했다. 오후 2시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몰고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창원에는 공항이 없어 김해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였다. 서울 아현동 집에서 차로, 다시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까지 비행기로, 김해공항에서 창원까지는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창원 터미널에서 법원까지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그날 참석한 창원재판에서 재판장님이 "원고 00월 00일자 준비서면 진술하시고, 원·피고 더 할 것이 있나요? 없으면 결심하고 00월 00일 선고합니다"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예"라는 한마디를 남긴 채, 다시 택시를 타고, 리무진을 타고, 비행기를 타고, 차를 몰아 집에 도착하였다. 불과 20초의 재판을 위해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 까지 꼬박 11시간을 이동과 중간 중간 대기를 위해 허비하였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언제까지 현장에 직접 출석하여 재판을 하거나 복대리 제도를 이용해야만 하는 걸까?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질병으로 '비대면'이 화두가 되면서 덩달아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가상의 세계가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1992년 미국의 공상 과학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아바타를 통해서 들어갈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뜻하는 말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3차원 가상현실 세계를 다룬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면 대략 이러한 메타버스 세상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졸업식, 입사식, 재택근무까지 새로운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 세계가 현실의 세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현실 세계에서 비효율적인 면은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만약에 2008년 메타버스 속에서의 재판이 가능했다면 11시간 동안 여러 번의 이동수단을 이용하면서 창원지법까지 갈 필요가 있었을까? 이미 우리 인류는 수십 년 전 달나라를 탐험했고, 이제는 화상 전화가 가능한 핸드폰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메타버스 속에서의 재판이 이제 공상 과학 속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로 구현될 필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져 갈 것이다. 우리 법조계도 이제 메타버스 속 재판을 준비해야 할 때다.


이상엽 변호사(법무법인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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