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프리즘

ARS 안내멘트 들을 때

174644.jpg

언젠가부터 ARS 전화연결을 시도할 때마다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사오니 상담사에게 욕설, 폭언, 성희롱을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포함한 멘트다. 그 뒤에 "상담사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등의 멘트가 덧붙여지는 경우도 많다. 이런 멘트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씁쓸하다. 나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사람에게 욕설, 폭언, 성희롱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을 전화를 거는 모든 사람에게 안내해야 한다는 것이 법으로 의무화되었다는 것이. 그만큼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일 테니까.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는 책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2018년 1월 초판이 나온 후, 158주 연속 전국서점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자리를 유지했다. 1판만 119쇄를 발행했다고 하니 돌풍은 돌풍이었던 셈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아마도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주 또 깊게 타인의 무례한 행동에 고통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ARS 상담사들은 누구보다 상대방의 이런 무례한 행동, 도를 지나친 폭언에 쉽게 노출되는 사람들일 것이다.

민원인, 일부 고객들의 악성행위가 일상적, 반복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면 법상 그 보호조치를 의무화한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폭언 등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문구 게시 또는 음성 안내'를 할 구체적인 의무를 시행령에 명시한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전화를 걸 때마다 매번 길게 이어지는 멘트를 듣는 건 가끔 피곤할 때가 있다. 다수의 점잖은 고객들, 예의 바른 민원인들도 전화를 걸 때마다 동일한 멘트를 듣도록 하는 건 고객의 시간과 통신자원의 낭비가 아닐까 싶은 마음도 든다. 바라건대 일부 사람들의 이러한 악성행위가 현저히 줄어들거나 근절되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근거 조항이 삭제 또는 개정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김화령 변호사 (서울회)

리걸에듀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