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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수처는 출범 취지에 맞는 역할 보여줘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월 초대 김진욱 처장의 임명과 함께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과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과제에 부응하기 위해 출범했다.

김 처장은 취임사에서 "공수처 운영에 대해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등 세 요소가 세발 자전거처럼 혼연일체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위공직자 비리를 성역 없이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며 "여당 편도 야당 편도 아닌 오직 국민의 편으로서, 법 앞에 평등과 법의 지배 원리를 구현하는 수사와 기소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김 처장의 취임사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는 출범 후 지난 10개월간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에 대한 논란에 휩싸여 왔다. 특히 야당 대선 후보 관련 수사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오해받을 수 있는 행보를 보이기도 하고, 적법절차 위반에 대한 문제 제기를 받기도 했다.

공수처는 검찰에 집중되어 있던 권한 중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부여받은 독립기관으로 탄생하였다. 이로 인해 공수처·검찰·경찰 간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 수사권력이 분산되고 궁극적으로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한 국가의 투명성 증대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권한이 주어진 만큼 기존 수사기관과 차별화된 인권친화적 선진수사기구로서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여야 할 책무 또한 막대하며, 스스로 존재이유를 항상 염두에 두고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물론 공수처가 그동안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임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고, 신생기관으로서 그 구성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한다.

하지만 큰 틀에서 출범 당시 국민이 가졌던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 국민이 공수처에 기대하는 것은 기존 수사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준수하면서 공정하게 독립적으로 수사를 해달라는 것이다. 대상이 누구든 예단이나 선입견 없이 수사를 한 후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공소제기를 하고, 혐의가 인정되기 어려우면 불기소 결정을 하면서 이유를 소상히 밝히는 것이 수사기관의 책무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여러 사건을 처리하여 왔지만, 고발사주 의혹은 물론 옵티머스 사건 부실수사,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에 이어 판사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도 야당 대선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김 처장은 10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대선에 영향이 없도록 선거 때까지 (수사를) 갖고 가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수사를 조만간 마무리 짓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공수처가 하여야 할 일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적법 절차를 준수하여 오로지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현재 제기된 각종 사건에 대한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하고 또한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정치권, 언론, 여론에도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기존 수사기관과는 차원이 다른 공수처다운 수사의 모범적인 전형, 관행 및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만이 공수처의 존재이유를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는 길이다. 김 처장은 자신의 취임사에서 해답을 찾아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