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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연구관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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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헌법연구관 임용을 위한 전형이 진행 중이다. 새로 임용될 헌법연구관들이 어떤 분들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분들께 "연구관은 이런 거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스스로 연구관다운 연구관인지도 의문이라 조금 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역사적 결정을 하더라도, 그 영광은 헌법연구관의 몫이 아니다. 반대로 존재의 의미를 의심케 하는 결정을 하더라도, 헌법연구관이 직접 비난받지 않는다. 그저 우리끼리 기뻐하고 슬퍼할 뿐이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헌법연구관이란 직업 자체가 낯설고, 법조인들조차 헌법연구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그림자 같은 존재라도, 동료, 선·후배님들은 늘 고민이 깊다. 결정서에는 한줄 기재되지 않을 내용인 걸 알면서도 경우의 수를 나누어가며 토론한다. 어려운 사건을 만나면, 수없이 재판관실을 오가며 분주하다. 뉴스에 나오지 않을 사건이라고 해서 보고서가 가벼워지지 않는다. 부족한 인력 사정으로 사건 처리가 늦어질 때면, 청구인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과거의 감옥에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거운 마음을 토로한다.

수없는 경쟁을 헤쳐 온 이들 특유의 성실함이나 총명함을 넘어서는 동료들을 보면 부끄러운 한편 궁금하다. 정답이 없는 문제라도 파고들어 넓고 깊게 연구하려는 탐구심일까. 사람보다는 권력을 의심하기를 희망하여 재판소에 다다른 사람들의 소명의식인 걸까. 알아주는 이 없더라도 굳건히 제 몫을 다하는 연구관님들께 이 기회를 빌어 동료로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17년 전 햇병아리 연구관에게 선배 연구관님들께서는, "결정서처럼 매끈한 보고서도 좋지만, 신임 연구관의 패기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셨다. "헌법재판소에는 늘 자유의 공기가 흘러야 한다"며, "생각도, 말도 자유롭게 하라"고 하셨다. 생각보다 실천이 어렵고, 시간이 흐른 지금도 곱씹게 되는 조언이다. 나는 어떤 DNA를 후배님들께 전해드릴 수 있을까.


성왕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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