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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검사 무죄평정’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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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18세기 영국 법학자 윌리엄 블랙스톤의 말로, 현대법의 근간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밀접한 경구이다. 형사사건은 수사기관과 법원부에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사건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피의자나 피고인이 된 한 개인에게는 그것이 인생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 형사사건의 기소나 재판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형사사건 무죄율은 미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선진국과 견줘봤을 때 비교적 낮은 편이다. 하지만, 주요사건 무죄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1998년 1610건에 그쳤던 검찰의 무죄 평정 건수는 최근 연 8000건으로 늘었다.<본보 2021년 11월 12일자 1,3면 참고>

더 큰 문제는 이 무죄 평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이 무죄로 판단했지만, 검사는 적확한 법리와 적법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수사·기소를 했다고 평가하는 비율이 최근 5년 평균 87%에 달한다. 검사가 수사를 진행해 판단한 바로는 유죄인데 법원이 견해를 달리해 무죄로 판단한 것이니 검사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무죄 평정을 지나치게 강화하면 검사들이 기소 자체를 꺼려 자칫 범죄대응 역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부당한 기소를 막아 무고한 시민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책임수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검찰 직접 수사권 축소 등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추진해온 문재인정부에서도 검찰의 기소권 오·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무죄 평정 제도 개선에는 미진하다는 비판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무죄가 난 사건에 대한 실질적 평정은 물론 기계적 항소에 대한 제재, 무죄 판결을 받은 구속 피의자·피고인 등에게 지급하는 형사보상금의 현실화 등 형사사건으로 억울한 피해를 본 국민을 위한 제도 개선 과제가 산적해있다.

무리한 조직 개편과 숙청 인사로 '내 사람 심기', '내 편 만들기' 식 검찰개혁이 아닌 진짜 민생을 위한 검찰개혁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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