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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제224조의 선거무효사유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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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

가. (1)
공직선거법 제224조는 선거무효소송 등에 있어서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는 때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선거의 전부나 일부의 무효’를 결정하거나 판결한다고 규정한다.

(2)
공직선거법의 연혁을 보면, 1994년 대통령선거법, 국회의원선거법 등 4개의 선거관련법을 통합하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란 이름으로 공포, 제정되었는데, 2005. 8. 4. 제21차 일부개정으로 명칭이 공직선거법으로 변경되었다.

국회의원선거법(법률 제17호, 1948. 12. 23. 시행) 제51조는 ‘선거심사위원회는 선거가 본법 또는 본법시행규칙에 위반되고 선거결과에 이동이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선거의 무효를 재결함’이라고 명시하여, 현재의 규정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나.
본 검토에서는 영국, 독일, 일본의 선거무효사유 및 이에 관련된 판례들을 살펴보고, 위 규정상의 선거무효사유에 관련한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비판적 검토를 함을 목적으로 한다.


2. 다른 나라의 선거무효사유 및 관련 판례들
가. 영국
(1)
영국의 국민대표법(Representation of the People Act 1983) 제23조 제3항은 ‘소송을 담당하는 선거법원에 다음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경우, 선거관리관 또는 기타 선거사무원이 선거 또는 의회선거 규정과 관련된 의무를 위반하여 이루어진 작위 또는 부작위를 이유로 하여 의회선거의 무효를 선언할 수 없다. (a) 선거가 선거법에 상당한 정도로(substantially) 부합하여 진행되고, (b) 작위나 부작위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경우(the act or omission did not affect its result).’라고 소극적인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2)
영국 법원은, 1973. 4월 실시된 크로이든 노스 이스트 지방선거에서 1위와 2위 후보자 사이에서 11표차 밖에 나지 않아 2위 후보자가 제소한 Morgan v Simpson 사건에서, 투표용지에 공식 직인(official validating stamp)이 찍혀 있지 않아 무효처리된 표들을 유효한 표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고(‘공직직인이 없는 투표용지에 기표된 표들을 무효처리하는 것은 그러한 표에 기표한 투표인들의 투표권을 비난가능성 없이 부정하는 것’), 이에 의하여 그 결과가 영향을 받았다는 판단에 따라 선거무효를 선언하였다.

1997년 총선에서 나타난 Malone v Oaten and Lindsay Fox 사건에서는 1위 후보자와 2위 후보자 사이에 2표 차이 밖에 나지 않았는데, 법원은 선거관리관이 투표용지의 공식직인이 제대로 날인되지 않은 54표를 무효처리하여 이들 무효표가 유효처리되었을 경우에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유로 선거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나. 독일
(1)
독일은 기본법 제41조에서 ‘선거심사는 연방의회의 사무이다. 연방의회의 결정에 대해서는 연방헌법재판소에 항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연방헌법재판소법 제13조 제3호에서는 ‘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의회 선거의 유효성 또는 연방의회 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대한 연방의회의 결정사항에 대한 항고’에 대하여 결정을 내린다고 규정하며, 선거심사법(WPG)에서는 선거심사의 절차적 측면을 규율하고(동법 제2조 제1항‘ 선거심사는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에만 실시한다.’, 동법 제13조 제1항 ‘연방의회는 위원회의 제안에 대해 단순다수결로 의결한다.’ 등), 연방의회선거법(BGW) 제44조 제1항에서는 ‘선거심사절차에서 선거가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무효로 선언된 경우에는 결정에 의거하여 재선거가 실시된다.’등으로 규정할 뿐, 선거무효의 실질적 판단기준으로 과연 어떠한 경우에 선거의 하자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하자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연방의회의 선거결과에 어떠한 결과를 미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전혀 규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를 통하여 ‘중대성원칙’이 형성되었고, 이를 통해 선거심사의 실질적 판단기준이 제시되고 있다. 중대성 원칙은, 첫째, 선거심사는 연방의회의 올바른 구성 여부만을 심사대상으로 한다는 것, 둘째, 선거심사절차에서는 단지 연방의회의 의원직 배분에 영향을 미쳤거나 미칠 수 있는 선거법상의 하자만이 문제된다는 것이다.

(2)
2002. 9. 22. 실시된 제15대 연방의회선거에 대하여 연방헌법재판소는 2009.경 연방의회 선거법의 초과의석제도가 위헌이므로 대체입법을 촉구하였으나(BVerfGE 122, 304) 이미 제15대 연방의회는 그 임기가 만료된 상태였고, 연방헌법재판소는 2009. 3. 3. 2005년 제16대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전자투표기를 사용한 점에 대하여는 위헌 판결을 내렸으나 선거결과는 그대로 인정한 바 있다.

다. 일본
(1)
일본은 공직선거법에서 선거무효의 사유로 ‘선거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는 경우로서 그러한 위반사실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 선거의 전부 또는 일부의 무효를 판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일본 최고재판소는 공직선거법 제205조 제1항의 선거무효의 요건으로서의 ‘선거규정에 위반하는 일이 있을 때’란 주로 선거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 선거의 관리 및 집행절차에 관한 명문 규정을 위반하는 일이 있을 때, 또는 직접 그러한 명문규정이 없더라도 선거법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공정의 원칙이 현저하게 저해될 때를 가리킨다고 판단하였다(최고재판소 1950년, 1976년 판결 등).

후쿠오카 고등재판소의 1957년 판결에서는, 선거의 공명성은 처음에 투표가 진정한 선거인의 자유 및 공정한 의사에 따르는 것에 의해 확보되는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선거인을 선별하기 위한 절차인 선거인과 선거인명부와의 대조확인이 엄정하게 행해지도록 배려하는 것은 선거의 신뢰성을 위해서도 선거의 관리집행기관으로서 소홀하게 할 수 없는 사항이고, 이 점에 관한 선거법규는 엄정하게 해석되어야 하고 적어도 편의적으로 다루어져서는 안된다고 밝힌바 있다.

그리고 센다이 고등재판소 아키타 지부의 1962년 판결에서는 개표할 때 투표함에서 정규 투표용지 이외의 종이 조각 118매가 발견된 사례에서 선거의 결과에 대해 선거인에게 막대한 의혹을 가지도록 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의 이념이 전체적으로 저해되었다고 인정되기 때문에 선거를 무효로 한 재결이 정당하다고 판단되었다고 한다.


3.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단례
가.
우리 대법원은 그동안 공직선거법 제224조 중 선거무효의 사유가 되는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란 선거관리의 주체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사무의 관리집행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와 후보자 등 제3자에 의한 선거과정상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선거인들이 자유로운 판단에 의하여 투표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저해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포함하고,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란 선거에 관한 규정의 위반이 없었더라면 선거의 결과, 즉 후보자의 당락에 관하여 현실로 있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되는 때를 의미한다고 법리적으로 판시하여 오고 있다.

위 법리를 전제로 하여 대법원은, 교육감 선거 후보자의 교육경력을 증명하는 서류가 위조인지 여부(2018수5025 판결), 전자개표기 사용이 불법인지 여부(2017수92 판결, 2016수64 판결), 정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기로 한 것이 선거과정상 위법행위로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2016수19 판결), 당선인결정의 내용상의 오류 즉 구체적으로 득표 수 산정이나 확정에서의 판단의 위법이 선거무효사유인지 여부(2016수33 판결, 2003수26 판결) 등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을 해왔다.

나.
그런데, 대법원의 위 판단례 중 2004. 2. 2. 선고 2003수26 판결에서 선거무효소송은 선거일의 지정, 선거인명부의 작성, 후보자 등록, 투?개표관리, 당선인결정 등 여러 행위를 포괄하는 집합행위인 선거의 효력을 다투는 쟁송이므로 당선인결정의 내용상의 오류, 즉 구체적으로 득표 수 산정이나 확정에 있어서의 판단의 위법은 선거무효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고, 위 판단은 그 후의 많은 선거무효소송, 예컨대 2016수33 판결 등에서 인용되는 선례가 되었다.


4. 4. 15. 총선에 대한 다수의 선거무효소송에서 2003수26 판결상의 내용상의 오류에 관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
가.
현재까지 진행된 4번의 대법원 검증기일을 통하여 나타난 문제점으로는, 선거인명부에서 다수의 고령자 선거인의 존재하거나, 투표지가 신권과 같이 접힘이 없는 형상기억종이의 성질을 띠거나, 사전투표지가 정규의 프린터에서 출력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거나, 기표인의 모양과 사이즈가 선관위가 4. 15. 총선에서 밝힌 규격과 다르거나, 투표지의 무게가 선관위가 애초 요구한 것과 다르거나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진행한 첫 번째 검증기일이었던 인천 연수구 선관위에서는 애초 선관위가 총선 직후 발표한 투표자 수 보다 수 백표의 투표지가 증가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나.
앞으로 소송과정에서 감정절차를 통하여 그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겠지만, 이렇게 현재 다수의 선거인들이 막대한 의혹을 가지고 있고, 또 선거 결과에 대한 적절한 검증이 비정상적으로 지연되고 있음에도 2003수26 판결상의 내용상의 오류에 관한 법리를 그대로 4. 15. 총선의 각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타당치 않을 것이다. 위 규정의 내재적 한계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저해되었다고 인정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5. 결

대의민주주의에서 민주정치의 실현은 선거에 달려있다. 민주주의의 이념적 전제인 국민주권의 원리는 선거를 통해서만 구체적?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224조의 해석에 있어서도 그 규정의 전제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제외하고 부분적인 문자적 해석만을 강조하는 것은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을 보려는 행위일 것이다.


김학민 변호사(법무법인 필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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