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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파잔(phaj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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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라오스, 베트남, 인도 등에서 관광업이나 노역에 이용하기 위해 야생의 새끼 코끼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밧줄로 결박하거나 나무틀에 가둬둔 채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야생성을 버리도록 길들이는 의식을 '파잔(phajaan)'이라 한다. 주로 생후 2년이 되지 않은 새끼 코끼리나 4~5살에 이르는 어린 코끼리를 향한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데 심지어 열흘정도 굶기는 것이 수반된다. 폭력에는 단순히 몽둥이찜질 뿐 아니라 '불훅(bullhook)'이라는 꼬챙이로 찔러 고통을 가한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서 코끼리에게 탈출의 의지를 말살하고, 무력감을 학습하게 하여 결국 야생성을 잃고 사람의 말을 따르게 하는 것이다. 살아남은 코끼리는 평생을 서커스에 동원되거나 '코끼리 트래킹'이라는 명목으로 관광객들을 등에 태우고 살아가야한다.


동물에 대한 학대이자 동물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가스라이팅'인 '파잔' 의식은 과연 코끼리에게만 한정된 것일까?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養母) 장모 씨에 대해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장 씨에 대한 구형을 설명하면서 "이 사건은 스스로 방어하기 어려운 16개월 아이를 상대로 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크고 반사회적이며, 범행의 횟수, 결과, 중대성에 비춰봤을 때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며, 피고인에게는 영원히 사회와 격리되는 극형이 선고되어야 한다"면서 1심이 선고한 무기징역은 그 형이 가벼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하였다.

양모인 장씨와 양부인 안씨가 '정인 양'에게 한 행위들은 수 차례언론에 보도되었고, 그 엽기적이고 가학적인 행동을 어떻게 그 어린 아이에게 했는지 우리들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하늘나라로 떠난 정인 양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정인 양 뿐 아니라 수많은 아이들이 친부모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넘어 심지어 성적 학대를 당하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어린 코끼리의 야생성을 말살시키는 '파잔' 의식이 우리 사회에서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용히 자행되고 있다. 다른 그 어떤 범죄보다 아동에 대한 범죄는 더 이상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내 옆에, 내 이웃에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지 않는지, 우리 모두 시민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상엽 변호사(법무법인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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