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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황당한 경찰 수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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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강남경찰서가 가상화폐 관련 수사에 동원한 황당한 수사법과 미흡한 피해자 보호조치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본보 2021년 10월 28일자 3면 참고>.


강남경찰서 경제팀은 가상화폐 리딩방에서 발생한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거래내역 분석으로 특정한 피해자 100여명을 사전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한꺼번에 초대했다. 경찰은 이 단톡방에 투자 경위와 피해 사실 등을 기재한 견본 피해자 진술서를 게시하면서, 이름과 피해금액 등 공란을 직접 채운 뒤 서명 날인해서 보내달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 내 혼선으로 피해자에게만 전달해야 할 피해 진술 요청 메시지가 일부 피의자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이 일을 지켜본 법조인들은 "무리한 수사 방식으로 피해자 보호 조치가 뒷전이 된 사례"라며 혀를 차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수사 밀행성이 깨질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경찰 수사팀은 가상화폐 거래내역이 있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이들을 단톡방에 초대해 상호 간에 노출시켰다. 카톡 프로필에는 자신의 사진이나 개인정보를 적어두는 사람도 많다. 잘못 초대됐다며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피해자 진술서 견본을 게시해 진행 중인 수사정보가 다수에게 유포됐고, 경찰이 신분 인증을 위해 게시한 수사관 신분증은 다른 곳에 도용되거나 오용될 위험도 있다.

그런데 경찰이 내놓은 해명은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수사팀은 "피해자 수가 수천명에 달하고, 모든 피해자 진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며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너무 많아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하다보니 부득이 이 같은 방법을 썼다는 말인데, 적법절차 원칙과 피해자 보호가 수사 효율성을 명목으로 무시될 수 있는 가치인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실상 대부분의 사건에 대한 독립된 직접수사권을 갖게 된 경찰의 인식이 이 정도라면 심각한 일이다. 경찰사건사무규칙에는 검찰사건사무규칙과 달리 수사과정에서 개인인적사항이 공개·누설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주의규정조차 없다. 경찰청은 일부 수사관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