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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개정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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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인 제도가 생겼다. 10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많은 범죄 피해자들이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국선변호인들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어려움을 무릅쓰고 열심히 이들을 조력해왔다.


필자 역시 제도 도입 초창기부터 지난해까지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한 경험을 잊지 못한다. 특히 전관을 여럿 선임하고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는 피고인에 맞서, 피해자를 대리해 좋은 결과를 얻어내고 일상에 성공적으로 복귀시킨 사례는 변호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사건이었다.

항소심까지 2년 넘게 재판이 이어지고, 무수히 많은 의견서를 써냈던 이 사건을 통해 받은 피해자 국선보수는 68만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보수액과 무관하게 내게는 귀하고 보람된 경험이었지만, 들인 시간과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는 결코 아니었다.

최근 법무부는 피해자 국선 보수체계를 변경해 '피해자 국선변호사 기본업무-기본보수제'를 도입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에게 대면상담, 의견서제출, 조사 참여 등의 기본업무수행을 강제하고 이를 모두 마친 경우에만 기본보수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국선변호사가 야간 및 휴일에 업무를 수행할 경우 수당의 50%를 가산하는 규정도 폐지했다. 제도 도입배경으로 법무부는 국선변호사들의 부실한 업무수행을 막아 충실한 피해자 보호를 꾀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보수 내용은 수사단계에서 대면상담과 고소장이나 의견서 등의 서면작성 1회, 피해자 조사참여 1회를 모두 마칠 경우 40만원을, 공판단계에서 의견서 1회, 증인신문 1회 참여를 마칠 경우 20만원을, 기타 절차를 수행할 경우 1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가 도입한 '피해자 국선변호사 기본업무-기본보수제'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기본업무를 강제하여 두고 그것을 충족할 경우에만 보수를 준다는 것은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자유로운 변론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가장 적합한 업무수행을 꾀할 수 없도록 한다.

먼저 사건이나 피해자 성향에 따라 접근법과 해결방법이 각기 다르다. 대면상담을 원하는 피해자가 있는가 하면 조심스럽게 문자나 전화만으로 소통하기를 원하는 피해자도 있다. 그런데 법무부의 보수체계에서는 무조건 대면상담을 해야 보수를 지급하고 문자·전화·이메일 소통은 인정하지 않는다. 일반 사건에 비해 변론방향이 섬세하게 달라질 수 있는 피해자 국선 변호업무에서 업무를 획일적으로 정해두고 그것을 수행하는 경우에만 보수를 준다는 것은 사리(事理)에 어긋난다. 이러면 보수가 되는 업무만 수행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보수기준도 비현실적이다. 액수 자체는 적지 않을 수 있으나, 일반 사건보다 훨씬 적다. 변호사에게 피해자 국선 업무는 상담과 서면작성에만 며칠씩 걸리는 일이고, 사건 특성상 손이 많이 간다. 그러한 노고에 상응하는 보수가 절대 아니다. 결국 국선변호사들의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셈이다.

법무부는 피해자 국선변호의 내실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변호사의 변론권이 무시될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 보수기준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피해자 보호라는 소중한 가치를 변호사의 열정페이에만 기대겠다는 생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미 다수의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은 이번 제도개악을 반대하는 의사를 표하고 있다. 피해자 국선변호 보수체계는 변호사 업무와 변론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국선변호를 통한 피해자 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최지수 변호사(대한변협 부협회장)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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