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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누가 수사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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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수사권조정에 따라 검찰의 수사개시범위가 대폭 줄어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는 일부 범죄에 대해 우선 수사권이 주어졌다. 그런데 연초에 'LH 부동산투기사건'이 터졌고 누가 수사를 해야 하는지가 문제되었다. 결국 경찰이 수사를 맡고 검찰은 협력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는데,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근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다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이 터졌다. 또 누가 수사하는지가 문제되고 수사기관마다 고발장이 쌓였다. 고발사주 사건은 검찰에서 많은 검사가 투입되어 수사하던 중 검사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공수처에 이첩되었다. 대장동 사건은 국민여론이 날로 악화된 후에야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정영학 회계사가 녹취록을 들고 들어갔기 때문인지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하였으나 늑장과 핵심 장소가 빠진 압수수색, 엄청난 뇌물과 배임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도망갔다가 갑자기 입국한 피의자를 체포했다가 석방하는 등 수사의지와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대장동 사건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중복수사과정에서 유동규씨에 대한 휴대폰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수원지검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 상태에서 청구가 지연되는 동안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영장을 먼저 청구하여 집행했다고 한다. 어느 국회의원이 검찰총장에게 서울중앙지검의 영장청구시점을 물었으나 끝내 답변이 없었다. 아마도 수사가 경합하는 경우에 검사에게 우선권을 주지만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동일한 범죄사실에 관해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에는 해당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계속 수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의식한 듯하다. 수사준칙에 의하면 검사의 영장청구서와 경찰의 영장신청서가 접수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고, 검사는 영장신청서의 접수를 거부하거나 지연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지만 검사가 접수를 하고 청구를 지연하는 편법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검찰이 처음 유동규씨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던져버렸다는 휴대폰을 끝내 찾지 못한 것을 경찰이 하루 만에 찾는 바람에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지만 검찰의 모습은 참 애처롭다.

공수처는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9개월이나 되었지만 고작 1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이 전부다. 대장동 사건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하고도 성남시장은 기초단체장이라 관할이 없다고 하면서 접수 후 2주일이나 지체하다가 검찰에 이첩하였고, '재판거래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공수처장이 아직 고소나 고발이 되지 않아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국회에서 답변하여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경찰은 수사권조정으로 업무가 폭주하여 고소·고발장 자체를 거부하는 일이 빈발하고, 수사부서 기피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배제하는 중대범죄수사청에 대한 입법 움직임이 갑자기 사라져서 다행이긴 하지만 검찰개혁을 한다며 검경수사권을 조정하고 공수처가 신설되었는데도 누가 수사를 하는지를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여전히 특검을 외치고 있으니 참 코미디 같은 세상이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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