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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스마트계약, 스마트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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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한 번쯤 스마트계약이란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마트계약에 대한 정의는 통일되어 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계약의 체결 및 이행이 자동화되어서 불이행의 문제를 남기지 않는 계약이다. 스마트계약의 원형(prototype)으로 자동판매기를 들기도 한다. 자동판매기는 돈을 넣고 물건을 선택하는 순간 바로 물건이 나오도록 설계되어 불이행의 문제를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모습으로는 건물 임대차계약이 스마트계약으로 이루어지는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임대인이 프로그램 코드로 계약 조건을 설계하여 플랫폼에 공개하고 임차인이 그 조건에 따른 보증금과 월세를 암호화폐로 지불하면 자동적으로 임차인의 스마트폰으로 건물 열쇠가 발급되어 임차인이 즉시 건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스마트계약의 특징은 중개인이 사라지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접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계약서의 작성이 자연어가 아닌 프로그램 코드로 대체된다는 점이다. 스마트계약이 활용되면 신속한 거래가 가능하고 중개수수료 등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거래비용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까지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거래 플랫폼'을 구축하여 부동산 거래 때 별도로 토지대장, 집합건축물 대장 등의 부동산 공부를 종이로 발급받지 않고 거래당사자가 자동으로 부동산 공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여 편리하고 안전하게 부동산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디지털화의 움직임은 상속법 분야에서도 시작될 필요가 있다. 영국 법률위원회(The Law Commission)는 2017년 유언법 개정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였는데 개정의 주요 내용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전자유언제도(electronic wills)이다. 전자유언제도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유언자가 보유한 부동산, 예금 등의 자산과 수유자 등 기본적인 내용을 기입하면 유언장의 초안이 생성되는 유언장 작성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유언장 작성 프로그램이 대중화되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일반인도 유언장을 손쉽게 작성할 수 있게 되어 유언의 자유를 증진시킬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로 유언자의 서명(signature)을 전자화시켜서 유언이 서면이 아니라 전자적 형태로 성립되도록 하는 것이다. 유언의 형식적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만 전자유언으로 저장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면 향후 유언이 형식적 요건의 불비를 이유로 무효가 될 가능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더 나아가 전자유언 등록제도가 마련되면 유언자의 사망 이후 유언의 존재 여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어서 상속 관련 분쟁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스마트계약에 이어 스마트유언에 이르기까지 디지털시대에 맞는 법제 정비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정소민 교수 (한양대 로스쿨)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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