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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회스타그램] '잊혀진 계절'

시간에 따른 잊혀짐과 잊음에 대한 애틋한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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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이번달도 중반을 넘어 월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완연한 가을이지만, 가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추위가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사무실과 법정을 오가고 서류에 파묻혀 있다보면 시간은 말그대로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상투적인 표현입니다만 이만큼 정확한 비유가 또 있을까요. 아무튼 10월, 그 끝에는 '그날'이 기다리고 있지요.


10월의 마지막 밤. MZ세대에게 10월의 마지막 밤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할로윈'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이날 이태원 등지의 클럽은 기기괴괴한 분장을 한 젊은이들이 외래의 풍습을 좇느라 분주해집니다. 청춘의 발산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혹 다소 무분별한 서구의 흉내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MZ세대 입니다만, 또래들의 할로윈보다는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수능공부를 하던 학창시절 우연히 하굣길 버스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이 노래를 들은 적 있었는데 그 청승맞은(?) 가사와 가락이 제게 스며들었던 것인지 그 후로는 제목과 달리 전혀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매해 10월이 되면, 이 노래를 떠올리게 되더군요.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뜻 모를이야기만 남긴 채 /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 그대의 진심인가요 /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한편 이 계절에는, 국어교과서 한 구석에서 봤던 시인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이라는 시도 떠오릅니다.

 

사랑은 가고 / 옛날은 남는 것 /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 그 눈동자 입술은 / 내 가슴에 있네

 

같은 제목의 대중가요도 있지요. 가수 최호섭의 곡으로 여러 차례 리메이크된 아주 유명한 노래입니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 줘요

 

정돈없이 감상에 젖어 생각해보는 것입니다만, '잊혀진 계절'과 두개의 '세월이 가면'은 모두 시간에 따른 '잊혀짐과 잊음'에 대한 애틋한 저항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흘러간 것들을 잊지 못하고, 잊혀지고 싶지 않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잊어야 비로소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것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은 늘 흘러갑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는 많은 것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잊게 됩니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잊지 못하는 사람은 어쩌면 영원히 이 계절, 가을 속에 사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평생을 가을 속에서 고독해하고, 옛 추억들을 곱씹고… 망각하지 않으면 상대적인 세월은 흐르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고여있게 됩니다.


이런 고민들을 해보니 역시 흘러간 일들은 잊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잊어야 비로소 한걸음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박진호 변호사(인천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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