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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실무 교수'에게 '實務'를 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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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재구성(How to get away with murder)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미국식 법정 드라마다. 피고인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이자 필라델피아에 있는 가상의 학교인 미들턴 대학교의 로스쿨 교수 애널리스 키팅이 주인공이다.


키팅은 최근에 자신이 수행한 실제 사건의 내용을 가지고 로스쿨 수업을 한다. 똑똑해 보이는 몇몇을 인턴으로 데려다가 변호사 사무실 일도 시킨다. 그 인턴들은 실무 교수의 눈에 들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한다. 인턴이 해킹해 온 서류를 적법한 증거로 둔갑시키는 초식을 제자들에게 선보이고 나서 키팅은 말한다. "내가 승소하려고 불법을 저질렀다고? 그래서 뭐. 우리가 이긴 건 내가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이란 걸 명심해."

물론 로스쿨생들에게 저런 걸 가르치면 안 되겠지만, 한국에서는 그러기도 쉽지 않다. 로스쿨에 진정한 의미의 '실무 교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무 교수(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교수)의 임용 비율이 로스쿨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로 반영되기는 한다. 하지만 그 실무 교수들은 로스쿨로 옮겨 가는 순간 더 이상 소송 실무를 겸할 수 없다. 교수가 법정에 설 수 없으니, 학생들도 당연히 법정에 오지 않는다.

로스쿨 출범 당시(2009년) 임용된 분이라면, 이제 송무라는 '전장'을 떠난 지 12년이 넘어 간다. 의대로 치면 10년 이상 메스를 잡지 않은 교수가 수술실도 아닌 곳에서 학생들에게 "수술은 이렇게 하는 거고…" 가르치는 셈이다. 변호사시험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자율적인 법원 실무수습을 선택하는 이도 점차 줄어드는 느낌이다.

몇몇 로스쿨에서 이른바 '리걸클리닉'을 둬서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다. 다만 변호사 자격이 있는 교수라도 현직일 경우 정식 사건 수임을 할 수 없기에, 결국 무료변론 성격의 공익 사건을 간접적으로 보조하는 역할에 그칠 뿐이다. 베테랑들 사이의 '진검승부'가 벌어지는 사건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5년의 법조경력만으로는 판사를 시키기엔 미덥지 못하다고 해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었다. 우려를 조금이라도 덜려면 로스쿨 단계에서부터 '진짜 실무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차기현 판사 (광주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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