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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惻隱之心) 과유불급(過猶不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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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1 : 얼마 전 구속 기소한 사람이 편지를 보냈어. 자격증 시험을 보고 싶은데 도움 받을 사람이 없다고, 책 한 권만 보내줄 수 있냐는 거야. 5년 동안 도피 생활하다 자수한 사람인데 도피생활로 사람이 많이 지쳐 보이더라고, 기운내서 공부하고 싶다고 하니 기분이 참 좋았지. 책을 한 권 보내주려고 알아봤는데 책을 보낼 수가 없었어. 규정상 책을 포함해서 외부 물품 반입은 전부 금지라네, 불법 물품 반입으로 규정이 강화되어서 책은 영치금으로 사야한다고, 영치금을 보내주고 싶었지만, 검사가 조사받은 피의자에게 돈을 보내줄 수는 없으니…, 아직까지도 마음에 남네.


검사2 :
맞아. 하고 싶다고 다 할 수는 없지. 나는 초임 때 푼돈 훔쳐서 상습절도로 구속된 스무 살짜리 피의자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이 친구가 부모도 없고, 어려서부터 푼돈 훔치면서 계속 교도소를 들락거렸더라고. 그래서 이제부터는 목표를 정해 매일 실천하면서 잘 살 준비를 해 보자고 약속했지. 가족이 없으니, 한 달에 한 번씩 잘 살고 있는지 나한테 편지를 써서 마음을 다잡아 보자고 했어. 그 후에 몇 차례 편지가 왔고 계획을 세워 잘 실천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지.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사건 호송을 온 교도관이 그 피의자가 다른 재소자들에게 '나는 검사와 편지를 한다'고 하면서 위세를 피워 질서 유지에 약간 애로가 있다는 취지로 말하더라고. 그 말을 듣고 너무 놀랐어.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검사가 할 일, 교도관이 할 일, 봉사위원들이 할 일이 다 각각인데 내가 너무 나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검사3 :
아, 그렇게 볼 수도 있네, 개인적으로 도와주고 싶어도 검사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아. 나도 참 도와주고 싶은 피의자가 있었어. 그 친구는 심성이 여리고, 가정이 불우해서 어려서부터 사람들한테 이용을 많이 당했더라고, 측은한 마음에 이것저것 좀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피의자가 다른 공범의 주요 증인이라 혹시라도 검사가 회유해서 증언했다고 할까봐 도와주지 못했지. 개인적인 감정이 어떻든 간에 검사로의 역할이 있으니…, 잘 살고 있어야 하는데.


권현유 부부장검사 (청주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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