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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초코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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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가 우리 식구가 된 데는 사연이 좀 있다. 8살 딸이 강아지 타령을 했지만 우리 부부는 '이 좁은 집에서 개만은 안 된다'는 암묵적 합의 하에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개 바람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불안한 평화를 깬 건 바로 나였다. 누가 "키우던 강아지를 부모님이 싫어해서 -왜 싫어했는지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잘 키워줄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길래 덥썩 받았다. 그 개는 비글이었는데, 스누피처럼 귀엽고 영리한 이 개를 키우면 딸이 좋아할 상상에 저질러 버린 것이다. 그런데 예방접종을 위해 찾아간 동물병원 원장님은 우리가 개를 한 번도 키워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어두운 표정으로 "어차피 곧 아시게 되겠지만…"하면서 비글의 양면성을 담담하게 알려주셨다. 그 후로 지옥같은 삼일이 지나고 처는 심한 우울증을 보이게 시작했고, 결국 나는 원 주인에게 사정해서 얘를 돌려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동안 개맛(?)을 본 내 딸이 심각한 우울증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대안으로 "네가 앞으로 피아노, 바이올린 매일 30분씩 연습, 양치 안 빼먹기 등등 미션을 할 때마다 스티커를 하나씩 주고, 그게 500개가 되면 강아지를 키우겠다"고 합의를 했다. 그 후 딸은 미친 듯이 스티커를 모으기 시작하더니 처음 예상보다 훨씬 빨리 조건을 달성해 버렸고, 우리는 뒤늦게 불리한 계약을 한 것을 알았지만 약속은 지켜져야 했다. 그렇게 해서 초코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그 후 어느 날 딸 방을 치우다가 꼬깃꼬깃 접은 쪽지를 주웠다. 거기엔 비뚤비뚤한 글씨로 '돈을 모으는 방법' 1. 돈이 보이면 줍는다. 2. 돈을 안 쓴다. 3. 게임기 밑을 뒤진다. 그리고 맨 밑줄에, '이제 이런 방법은 필요 없다. 나는 초코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게 10년 전 일이다. 이제 초코는 내가 퇴근하면 제일 먼저 반기고 밤에는 잠도 함께 잔다. 마치 어린 딸이 나중에 자기가 사춘기 짓을 할 때를 대비해서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같다. 그동안 동물에 대한 나의 생각은 무척 많이 바뀌었다. 개나 고양이 뿐 아니라 소나 돼지 등 모든 동물의 복지까지 고려하는 사회가 되는 것은 아직 요원한 일일까?

 

 

이재욱 법무사(서울중앙법무사회)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