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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With Corona로의 전환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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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지 기억조차 가물하다. 마스크 패션이 너무 익숙해서인지 가까운 사람도 마스크를 벗으면 왠지 그 얼굴이 어색하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라는 존재가 우리 앞에 '일상을 멈추는 날'을 연출한 순간, 우리의 삶은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버렸다. B.C와 A.D보다는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가 더욱 실감나게 와 닿는 구별이라고 할까?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11월이 되면 'With Corona'로 전환을 한다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상의 회복', 우리 모두가 얼마나 기다려 왔던 것인가! 물론 일상의 회복이라고 하여 코로나 이전으로의 완벽한 복귀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갖는 것은 위기극복을 향한 인간의 의지가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마스크 착용, 재택근무, 비대면회의, 혼밥과 혼술, 출입명부와 QR코드, 080 안심전화 등 생각지도 못하였던 일들이 일상사가 되었다. 법조계 역시 법원의 경우 영상재판, 법원 출입 시 체온측정, 법정 내 참석인원 제한, 가림판 설치, 검찰이나 경찰의 경우 조사일정의 연기나 단축, 전화조사 등이 이루어졌고, 확진자라도 나오면 재판이나 조사가 전면 중단되기도 하였다. 교정기관에서 수용자들의 면회는 금지되고, 변호인 접견 역시 중단되거나 일반 면회 장소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이제 이와 같은 일들에 adieu를 고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연말을 앞둔 지금은 걱정도 앞선다.

With Corona로의 전환에 따른 단계적 일상회복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을 그냥 묻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는 자영업자들의 손실 부담, 코로나에 맞선 의료진의 활동, 코로나 확진자의 동선공개, 집회와 사적 모임의 제한, 결혼식 및 장례식 인원 제한, 법원이나 수사기관, 교정기관에서의 여러 제한조치 등을 당연히 허용되는 상황으로 너무 쉽게 생각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와 같은 생각의 바탕에 자리잡은 공리주의적 관점이 곧 정의라고 할 수는 없음에도 너무 쉽게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별 다른 고민없이 수용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정된 의료자원을 코로나에 집중함으로써 다른 중환자의 생명이 경시된 것은 아니었는지도 돌이켜 보아야 한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기를 거치면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의 가치는 퇴보하고, 민주주의를 내세운 다수결 논리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공리를 내세워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부의 간섭을 강화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코로나 이후 With Corona 시대는 우리가 잠시 잊어버렸던 정의와 윤리의 문제를 이성의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 내야 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는 시대인지 모른다. 코로나 이후 다가올지도 모를 또다른 바이러스 시대를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일상의 회복과 함께 자유의 회복을 위한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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