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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적정 법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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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원에 몰려드는 사건 수에 비하여 법관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하여는 별 이견이 없다. 물론 최근 10년간 사건 수가 비슷함에도 법원의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음을 들어 법관의 워라밸 운운하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판사가 불성실한 재판을 한다면 사법주권을 가진 국민들로서는 엄히 꾸짖어야 마마땅하다. 그러나 말 그대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라면 사생활을 버리고 일만 하라고 마냥 질책할 수만은 없다. 그러한 환경이 지속된다면 좋은 재판을 계속하기도, 좋은 판사를 뽑기도 어렵다.


법관 증원에 찬성하더라도 재판에 필요한 적정 법관 수를 정확히 도출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각 사건에 투입됨이 마땅한 시간의 총합을 법관 1인의 근무시간으로 나누어야 산출될 수 있을 터이다. 그런데, 도대체 알맞고 바른 '적정'의 지점은 어떻게 측정될 수 있을까.

미국과 독일의 경우에도 법관 증원이나 예산 책정을 위하여 법관 업무부담을 계량화하여 측정하고 있다. 사건수, 사건유형별 가중치, 근무시간 등이 고려요소이지만, 기초가 되는 사건유형별 처리시간은 현 근무 상황을 토대로 산출된 것이다. 그렇기에 법관 업무부담의 증감을 파악할 수는 있으나, 당위적인 적정 수준은 알기는 어렵다. 우리만큼 절박하지는 않지만, 미국과 독일의 판사들도 과중한 업무부담을 호소하고 증원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먹구구식 접근에서 탈피하기 위하여 사법정책연구원은 법관 업무부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법관 업무부담 및 그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 발간 예정). 사건통계와 법관 설문조사, 인터뷰 등을 통하여 현실과 당위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자료가 취합되었다. 단번에 정답이 제시될 수는 없겠지만, 보다 광범위한 조사와 연구를 보태어 나간다면 객관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판사들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판사들이 바라는 정도의 충실한 심리(압박을 느끼지 않고 담당사건의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추가시간의 확보)를 위해서는 750명 정도의 법관 증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주말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주 52시간 근무를 전제로 계산한 수치이다. 앞으로 재판의 직접 수요자와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의 의견도 반영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판사 스스로도 아쉬움이 남는 재판을 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은 어떻게든 타개되어야 한다.

법관 증원 외에도 충실한 재판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잦은 인사이동과 사무분담의 감축, AI 등 신기술을 이용한 재판업무 지원, 법관 외 인력의 활용, 집중심리, ADR의 실질화 등등.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법관 증원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법관 증원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중장기 계획을 명확히 제시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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