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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은 법적 안정성 고려해야

최근 법집행의 실효성을 높이는 새로운 대안으로 영미 제도인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평등에 관한 법률안 등 새로 등장하는 법안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단골 메뉴이고, 논란도 적지 않다. 향후 유사한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고 불법행위자를 응징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를 강조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은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적지 않은 분야다. 해악의 결과를 제거하여 피해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를 배상케 하는 전통적 민사책임과는 달리 '사적벌금' 내지 '사적처벌'이라고 할 정도로 처벌적, 억제적 목적에 주안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징벌적 배상책임의 '발생'에 관하여는 전보적 배상의 일반요건과 더불어 당해 사안이 징벌적 손배배상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위법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라야 한다. 특히 불법행위에 가중적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가해행위'의 정도를 명확하고 일반적인 용어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듯 '가해행위'의 판정에 재량이 많다는 것은 적용범위가 불분명해질 위험이 따르는 것이고, 필연적으로 법적 안정성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추상적인 기준을 나열하기보다는 구체적이면서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책임의 '범위'에 관하여도 배상액의 적정성에 관한 논란은 이 제도의 '위헌시비'까지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영미조차 이에 관한 확고한 원칙 없이 판단자의 재량에 의존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사실,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지고 있는 불법행위의 억제 및 재발방지 기능을 과도하게 적용할 경우 언론과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기업가의 모험정신 등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까지 위축하게 할 위험성이 존재하는 건 분명하다. 실체법적으로 손해의 '발생'과 '범위' 양자에 관하여 엄격하고도 철저한 심사가 필요한 이유다. 첫째, 손해의 '발생'에 관하여서는 과연 어떠한 행위 유형이 징벌적 손해배상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형사법 분야에서의 구성요건이론에 버금갈 정도로 명확하게 규정하여 법적 불안정을 제거할 필요성이 있다. 가해행위를 유형화하는 과정에서 가해판단에 관한 재량을 축소하여 보다 명료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서는 아무리 가해행위가 위중하다 하더라도 과도한 불의타를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배상액의 합리적 산정기준을 확립할 필요성이 있다. 이 기준 또한, 요사이 법안들처럼 추상적 용어만 나열하는 것으론 여전히 과잉성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으므로, 형사법 분야의 형벌론이 모든 죄의 결과에 대하여 형의 종류 및 상한을 정하고 있듯이 법적 효과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게 하고, 가혹하리만큼 과도한 배상액은 입법적으로 제한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절차법적으로 배상액산정 권한 통제, 소송상 입증책임 문제 등을 섬세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사법적극주의와도 일맥상통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강력한 사회적 통제수단의 등장은 사법부 권력 강화라는 부산물을 수반한다. 최근 법조 안팎이 여러모로 시끄럽다. 사법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합리적으로 통제하는 방안도 깊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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